위원들 자치회 기능·의미 몰라…목적·권한·예산 배우기로 시작
모든 활동 서류로 축적해 공유…정부·도 공모사업 선정 밑거름

창녕군에서는 남지읍과 고암면 두 곳의 주민자치회가 활동하고 있다. 남지읍은 지난해 6월에, 고암면은 지난해 10월에 출범했다. 남지읍 주민자치회 취재의 초점은 '출범 뒤 6개월간 무엇을 했나?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그 속에 주민자치위원들이 느꼈던 고충, 보람, 의문, 교훈이 녹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농촌지역 주민자치회의 특징과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주목했다.

◇"정말 막막했다!"

남지읍 주민자치회 이판암 회장, 박해진 간사와 마주 앉아 먼저 "지난 6개월간 어떠셨는지" 물었다.

▲ 창녕군 남지읍주민자치회가 지난해 주민총회를 앞두고 현장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남지읍주민자치회
▲ 창녕군 남지읍주민자치회가 지난해 주민총회를 앞두고 현장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남지읍주민자치회

"주민자치위원 30명 중에서 11명은 그전에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했다. 그래도 주민자치회로 바뀌었다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뭘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위원 중에는 주민자치회가 되면 뭔가 확 달라질 거라는 착각을 한 분들도 있다. 권한도 생기고, 대접도 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분들은 실제 예산이나 현실을 접하고는 실망이 컸다."

이판암 회장은 지난 7년간 남지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하 지사협)에서 회장을 맡아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실질적 주민대표기구로 '주민자치회' 전환을 유도해놓고는, 이전 주민조직과 다른 지위와 역할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했다. 그래서 남지읍은 어떻게 했을까. "처음에는 막막했다. 그래서 교육부터 했다. 도대체 주민자치회가 뭔지, 앞으로 뭘 하면 되는지부터 같이 배웠다. 처음부터 계획돼 있던 대로 분과를 구성하고, 마을계획을 잡고, 주민총회를 준비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박해진 간사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고충을 전했다. 특히 남지읍 주민자치회는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서 '유채마을 희망나래터 조성사업'이, 경남도청의 '주민자치회 우수 선도사업'에서 '인문학을 담은 달빛독서'가 선정됐다. 그러다 보니 계획서, 정산서 등 서류업무에 진이 빠질 정도다. "농촌지역은 주민자치위원들 중에 실무능력 가진 분들이 적다. 교육도 같이 해야 하고, 계획서나 정산서처럼 준비할 서류도 많은데, 이런 일이 특정한 사람한테 몰리기 쉽다." "전체회의든 분과활동이든 모일 때마다 기록을 해야 한다. 분과마다 그런 사람을 두고, 그렇게 하면서 실무능력을 축적해갈 수 있다."

◇공모사업에 도전

▲ 이판암 남지읍주민자치회장이 남지읍 유채마을 희망나래터 예정지를 안내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 이판암 남지읍주민자치회장이 남지읍 유채마을 희망나래터 예정지를 안내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부담은 컸지만, 두 건의 공모사업은 앞으로 남지읍 주민자치회를 이끌 방향타다. '유채마을 희망나래터'는 주민들 '공유 공간'을 만드는 사업. 동네 사랑방과 돌봄놀이방, 작은도서관, 영농·귀농 교육장 등 주민들이 입맛에 맞게 만날 수 있는 희망나래터가 옛 농촌지도소 일대 터전에 들어선다. 행정안전부가 5억 원, 경남도와 창녕군 지원까지 합쳐 12억 원의 예산이 확정됐다. "이 터가 정말 '길'한 곳이다. 건물이 서고 길이 뚫리면 남지읍 주민들이 누구나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름이 '희망나래터'다." 웃는 인상의 이판암 주민자치회장 얼굴이 더 밝아졌다.

경남도가 공모한 '달빛독서' 사업은 지난해 일찌감치 선정돼 몇 차례 컨설팅까지 거쳤다.

"청소년 중심의 가족단위 독서마당이다. 주민자치회의 기본을 다시 배우는 주민자치 학당까지 한다." "주민자치회의 출발은 교육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한 자라도 더 배우는 것이 출발점에 선 주민자치회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박해진 간사는 남지읍 주민자치회가 나아갈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차병룡 부회장과 조청제 자치기획 분과장, 김진철 자연문화분과장과 김숙경 복지나눔분과장, 구철수 남곡분과장이 남지읍 주민자치회 임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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