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잇단 계약 기쁨도 잠시
조선업 특성상 '미래 일감'불과
대우조선·삼성중공업 보릿고개
과거 수주 공백 탓 일감 부족

우리나라 조선업이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수주 세계 1위에 올랐다.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우울하다. 거제 지역 양대 조선사(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올해 들어 일감 보릿고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수주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후유증이 본격화해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이하 클락슨) 자료를 보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924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 가운데 819만CGT를 수주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선박 수주는 작년 상반기까지 135만CGT로 중국(408만CGT)에 뒤졌으나, 하반기 684만CGT를 수주하면서 중국(385만CGT)보다 2배 가까운 물량을 따냈다.

특히 연말에 수주가 잇따랐다. 지난해 12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1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6척, 대형 컨테이너선 10척 등 고부가 가치 선종에서 경쟁 우위를 보였다.

작년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전 세계 선박 발주가 전년도(2910만CGT) 66% 수준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우리 업계가 보여준 기술력과 품질로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 지난 2019년 4월 대우조선해양 1독에서 건조 중인 VLCC 4척 가운데 2척이 진수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 지난 2019년 4월 대우조선해양 1독에서 건조 중인 VLCC 4척 가운데 2척이 진수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실제 작년 하반기에 집중된 수주 실적 등을 놓고 보면 업황 개선 등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그동안 쌓인 수주 부진이다. 조선업은 계약을 따낸 후 설계·자재 주문 등으로 실제 건조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보통 1년가량 걸린다. 이 때문에 수주 공백이 생기면 어느 시점에는 일감이 일시적으로 끊기거나 부족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 양대 조선사는 최근 3년간 수주 목표를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수주 목표(72억 달러) 75%를 채우는 데 그쳤다. 2019년은 수주 목표 82%, 2018년은 93%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연간 수주 실적이 목표치를 밑돈다. 지난해는 수주 목표 달성률이 65%에 불과했다. 2019년 90%, 2018년 76% 등 부침을 겪고 있다.

수주 잔량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남은 일감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앞으로 안정적으로 조업할 수 있는 기간을 따져볼 수 있어서다.

클락슨 최신 자료를 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12월 기준 자료 발표 전) 현재 수주 잔량이 484만 1000CGT로 전 세계 조선소 가운데 으뜸이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연간 최대 생산량(297만 2000CGT)과 견주면 1.6년 치 물량에 불과해서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조업 물량을 2년~2년 6개월 치로 본다. 이를 고려하면 최소 반년에서 길게는 1년 치 일감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2000년대 초 등 조선업 호황기에는 수주 잔량이 800만CGT 이상을 기록했다.

대우조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우조선은 같은 시기 수주 잔량 408만 3000CGT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거제 옥포조선소 한 해 최대 생산량(309만 5000CGT)의 1.3년 치에 그친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수주 잔량이 475만 8000CGT로 2위인데, 연간 최대 생산량(391만 3000CGT)을 고려하면 1.2년 치로 남은 일감이 가장 작다.

결국, 조선소가 안정적인 일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수주 목표치 달성을 비롯해 공백 없이 일정 규모 이상 물량을 꾸준히 수주해야 하는 셈이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발주 가뭄으로 연말에 수주가 집중된 탓에 일감 부족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지역 양대 조선사는 새해부터 경영 위기 극복을 이유로 고정비를 절감하고자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유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노조 등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다.

한편, 올해 조선업 시황은 지난해보다 긍정적일 거라는 전망이 나라 안팎에서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1년 국내외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선박 발주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연된 잠재 수요와 2022년 유럽연합(EU)의 선박 환경 규제 등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발주되며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한국 수주량은 980만CGT, 수주액은 215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클락슨은 올해 전 세계 발주량이 작년보다 23.7% 늘어난 2380만CG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 320만CGT, 컨테이너선 630만CGT 규모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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