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동네책방 새해에도 SNS로 도서 소개 활발
온라인·대형서점에선 보기 어려운 독특한 책 많아

지난 한 해를 힘겹게 지나온 동네책방들.연초에도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저마다 올해는 나아질 거란 희망을 품고 있다.새해 들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열심히 책 소개를 하는 게 그 증거 중 하나다.겨우 보름가량 지났지만 이미 너덧 권이 넘는 곳도 있다.이런 동네책방 몇 곳을 골라 새해에 소개한 책 3, 4권씩만 살펴본다.

◇남해 아마도책방

남해 아마도 책방은 1월을 겨울 방학으로 정해 휴무 중이다. 책방 문은 안 열어도 책 소개만큼은 게을리할 수 없다.

새해에 주로 독립출판물을 소개했는데, 첫 책은 우세계 작가의 기획과 권영원 작가의 글과 시가 만난 독립출판물 <몸의 마음>이다. 진료 기록부 모양을 한 독특한 시집이다. 심장에서 시작해 폐, 위, 간, 쓸개, 소장, 대장, 신장, 방광, 비장 순으로 목차가 구분된 게 재밌다.

두 번째 책은 <무리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걸>이란 긴 제목의 독립출판물이다. 어른들의 소꿉놀이란 부제가 붙었다.

"작년 늦가을쯤인가요. 다미안님이 새 책을 준비 중인데 아직 제목을 붙이지 못했다며 원고를 보여주셨을 때가 생각납니다. 짠내나는 이야기에 공감하느라, 맛깔스런 입담에 웃느라,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사랑꾼의 면모에 꺅- 소리를 지르느라 '기계인간 다미안'이라는 (지극히 공대스러운) 제목을 제안하는 것밖에 하지 못했는데요. 그 원고가 이렇게 멋진 책이 되어 책방에 도착했답니다."

세 번째 책은 영화잡지 <프리즘오브> 제16호다. 이번 호는 아마도 책방 박수진 대표가 좋아하는 영화 <비포 트릴로지>를 주제로 했다. 트릴로지는 3부작이란 뜻이다.

<비포 트릴로지>라고 하면 <비포 선라이즈>(1996년), <비포 선셋>(2004년), <비포 미드나잇>(2013년)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영화를 말한다. 거의 10년 단위로 제작을 하면서도 주연 배우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 속 시간과 실제 시간이 같다.

"언젠가 책방에서 소소하게 영화와 책을 함께 보는 행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은 1인 독립출판사 임시제본소가 만든 세 번째 소설집 <겨울특집>이다. 박 대표가 잠들기 전에 이불 속에서 읽은 책이라고 한다.

"사람 키만큼이나 눈이 쌓였던 3년 전 속초에서의 겨울을 떠올리며 4년 동안 남해에서 본 눈과 합쳐 평균을 내면 딱 좋겠다는 실없는 생각 같은 걸 하기도 합니다."

◇창원 주책방

창원 주책방 주선경 대표는 새해 첫 책으로 <오늘 조금 더 비건>을 소개했다. '초식마녀의 쉽고 맛있는 네 컷 비건 요리 만화'란 부제처럼 비건 음식 조리법을 소개하는 만화다. 채식주의를 실천하겠다는 주 대표의 새해 다짐과 잘 어울리는 책이다.

"비건 요리 하면 뭔가 생소해서 어려울 것 같았는데 초록마녀님의 레시피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도 정말 귀여워요. 제 스타일입니다. 만화 보다가 침샘 가득 배가 고파지네요.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가 많았어요."

다음으로, 소개한 책은 아침달에서 낸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열여덟 명의 시인들이 자신의 고양이에 대해 쓴 시와 산문 36편을 엮었다. 지난해 나온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에 이어진 책이다. 주 대표는 이 책을 냥냥이 시집이라 표현했다.

"지금 읽고 있는데, 고양이와 시 참 좋네요. 우리의 작고 다정한 신들이여. 냥냥이 시집, 추운 겨울 따뜻하게 함께 읽어요."

주책방이 소개한 세 번째 책은 <우리들의 문학시간>이다. 지난해 독립출판물로 발행돼 주책방에서도 인기가 많았는데, 올해 정식 출간됐다.

"작년 하고운 작가님의 초록색 표지 <우리들의 문학시간>이 주책방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독립출판물은 재고가 없었는데 찾으시는 분들 많으셨지요. 올해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창원 오누이 책방

매번 책 소개를 꼼꼼하게 하는 창원 오누이 책방의 새해 첫 책은 <책 한 번 써봅시다>다.

"새해 가장 먼저 읽은 책이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책이었습니다.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작가의 마음가짐에서 시작해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과 칼럼 쓰기에 이르기까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알맞은 실용서입니다. (중략) 장강명 작가님 책은 항상 명쾌한 면이 있어서 읽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져요."

두 번째 소개한 건 아무튼 시리즈 서른네 번째 책 <아무튼, 연필>이다. 에디터와 기자로 오래 활동한 김지승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작가가 말하는 연필은 H(Hard)와 B(balck)의 단순한 구분법이 아닌, 연필에 얽힌 누군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더 중점적으로 담겨 있는데요. 처음 연필을 만드는 공장을 세운 여성이나 역사를 지키고 저항하기 위해 연필을 잡은 여성들의 손과 같이 연필의 주인이 되기를 바랐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와 언제나 지워지는 이야기만을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 앞에서 연필로밖에 자신을 기록할 수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이어 소개한 책은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이다. 왕진이란 단어에 페미니즘을 연결한 게 흥미롭다.

"단순히 신기한 정도를 넘어 후반으로 이어질수록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중략) 책에는 저자가 의사가 된 사연부터 살림의원을 만들게 된 과정과 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들과의 에피소드, 페미니스트로 살아오며 맞닥뜨린 의료 현장의 문제점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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