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대기업 배 불리고 소상공인 울상
경제 받치는 자영업 몰락하게 둬선 안돼

한동안 점심을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배달기사가 딴 동네서 헤매다 찾아온 일이 있었다. 불러준 주소를 가게에서 잘못 입력한 듯했다. 헛걸음한 시간이면 한두 번 더 뛰었으리라 생각하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점심때 신문사 근처 분식집에 가면 배달앱 주문 알림음이 요란하다. 식당은 한산한데 배달이라도 들어오니 다행이다 싶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배달은 일상이 됐다.

그런데 대세가 된 배달시장에서 누가 돈을 벌까? 식당, 배달업체와 배달앱 기업, 배달기사, 소비자로 연결되는 사슬에서. 국내 배달앱 시장은 코로나19와 함께 급팽창하고 있다. 배달앱 거래금액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10조 원 중반대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달시장은 성장하는데 소상공인들은 쪼그라든다는 게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를 보면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전후 월평균 매출액이 25.9%, 영업이익은 35.6% 감소했다고 답했다.

한 치킨집을 기준으로 1만 5000원짜리를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면 배달비 3000원이 빠진다. 배달앱으로 주문을 받으면 중개료와 외부결제 등 수수료 900~2400원이 더 추가돼 업주에게 돌아오는 순익은 재료비와 고정비용을 빼고 3600~5100원으로 깎인다.

결국 돈을 누가 버는지 보인다.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증가하더라도 그만큼 순익은 늘지 않는다. 소상공인이 더 버는 게 아니라 포식자는 배달앱이다. 코로나가 만든 또 다른 양극화다. 고용시장이 불안하니 누군가는 망하고 나간 자영업자 자리를 채우고, 실직자는 배달기사 대열에 들어설 것이다. 배달앱 살만 찌운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 심사에서 요기요 지분을 전부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시장독점 사업자가 되면 수수료 인상, 음식점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영업자들의 중개수수료 부담을 덜고자 지역의 소상공인, 배달업체 등과 함께 공공배달플랫폼을 만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들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없애고 그만큼 수익을 주는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 제로페이를 도입한 것처럼.

비대면 시대에 소상공인들은 더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대기업들은 라면 끓이듯이 바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세트를 출시하고 있다. 요구르트 기업은 배달망을 타고 각종 밀키트(간편 조리식)를 판매할 정도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권에선 이익공유제, 상생기금, 사회연대기금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름이 어떻든 수혜를 본 기업이 소상공인과 이익을 나누는 방향이다.

반시장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 논리대로면 마스크 대란 때 5부제 판매, 사재기를 막아선 것도 반시장 조치다. 물론 소상공인, 골목상권이 자빠지도록 두고 보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자영업자가 비이상적으로 많지만 경제를 떠받치는 하부구조를 한꺼번에 몰락하게 해선 안 된다. 코로나와 살아가며 무엇보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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