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정착 정보·비결 등 공유 귀농인 생산물 판매 장터 개최
전 군민 참여 플리마켓도 기획 외지인 함께해 수익 나눔 목표
"지역 농·특산물 판로 넓히고 함께 잘사는 의령 다리 될 것"

도회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 퇴직하거나, 빡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생활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농촌의 여유로움을 즐기고자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의 생활이 반드시 장밋빛 인생 2막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웃 간 갈등이 생기거나, 준비가 부족해 농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경남의 대표적인 농촌 지자체인 의령에서 초보 귀농·귀촌인들에게 농촌생활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가 있다. 바로 의령군귀농귀촌연구회다.

▲ 지난해 7월 31일 의령군종합사회복지관 참살이마당에서 열린 귀농귀촌 직거래장터에 참가한 귀농귀촌연구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령군
▲ 지난해 7월 31일 의령군종합사회복지관 참살이마당에서 열린 귀농귀촌 직거래장터에 참가한 귀농귀촌연구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령군

56명의 회원을 이끄는 김동재(67) 회장은 지난 2011년 창원 한 대기업에 다니다 퇴직하고서 틈틈이 수집한 수석 3만 점을 들고 의령에 들어왔다. 처음엔 수석만으로 농촌에서 충분히 먹고살 줄 알았다는 그는 쉽지 않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이후 2년 가까이 농업기술센터 등을 다니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곤충산업에 뛰어들어 현재 '청아수석곤충나라'를 운영하면서 모범적으로 정착했다.

이제는 자신의 체험을 초보 귀농·귀촌인에게 들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김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회장을 맡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귀농·귀촌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많이 다닌다. 농촌생활이 막연한 기대로 행복한 삶만 살 수 있는 곳이 아닌, 허와 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회원들은 끊임없이 원주민과 소통하고자 애쓴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힘들여 가꾼 농·특산물이나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연다. 지난해 7월 말에는 의령군과 의령읍 서동 생활공원 참살이마당에서 지역주민을 초청한 가운데 음악회와 함께 귀농·귀촌 창업농가가 생산한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도 했다.

▲ 의령군귀농귀촌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동재 회장. /하청일 기자
▲ 의령군귀농귀촌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동재 회장. /하청일 기자

그뿐만이 아니다. 군이 주최하는 행사장이나 김 회장 자신의 집 마당에서도 수년째 작은 음악회를 열어 마을 주민과 함께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어울리고 농산물꾸러미도 만들어 판매도 했다. 하지만, 회원들이 주축이 된 직거래 장터는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비칠 우려가 컸다. 그래서 회원들이 고민한 것이 귀농·귀촌인은 물론 의령군민도 함께 참여하는 플리마켓을 구상했다.

이 같은 구상에 따라 지난해 11월 지역민과 귀농·귀촌인이 함께하는 '구름다리마켓' 행사가 두 번째로 열렸다. 의병박물관 옆 잔디마당에서 열린 구름다리마켓에서는 농·특산물뿐만 아니라 의류, 생활 잡화 등을 전시·판매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타지역 사람도 많이 와 귀농·귀촌인은 물론 마을 농민이 생산한 다양한 제품 구매도 했다.

김 회장은 "연구회 회원들이 생산한 농·특산물을 우리 군민이 구매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군 농업기술센터 지원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귀농·귀촌행사에 참여해 의령 농산물을 홍보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 우물 안 개구리식 플리마켓으로는 답이 없겠다 싶어 구름다리마켓을 열게 됐다"라고 밝혔다.

▲ 김동재 회장이 운영하는 칠곡면 청아수석곤충나라에서 열린 귀농귀촌음악회. /의령군
▲ 김동재 회장이 운영하는 칠곡면 청아수석곤충나라에서 열린 귀농귀촌음악회. /의령군

연구회는 코로나19만 안정되면 구름다리마켓을 오는 3월에 다시 열 생각이다. 외지인들을 의령으로 불러들여 우수한 의령 농·특산물을 선보이고, 거기서 수익이 발생하면 지역주민 등 어려운 이웃돕기에도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란다.

김 회장은 원주민과 귀촌인 사이에 종종 갈등을 빚으면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 원주민에게는 귀농·귀촌인이 소위 '들어온 놈들'이라는 인식이 있고, 귀농·귀촌인은 농촌 정서를 제대로 이해 못 해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갈등은 서로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고, 결국 실패한 귀농·귀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귀농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상담을 받으려 찾아오면 미리 물색해 둔 집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고 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사는 것을 보면 보람도 느낀단다.

김 회장은 "우리 연구회의 작은 노력이 지역 농·특산물 판로 확대로 농가 소득창출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귀농·귀촌인과 지역민이 공생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도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간 가교 역할을 마다치 않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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