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은 우리가 두 번째 해고되는 날입니다.

지난해 7월 9일 산켄전기 홈페이지를 보고 알게 된 한국산연 해산·청산 이사회 결정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 원정투쟁까지 1년 가까이 벌이며 원직 복직했고 앞으로는 노조와 합의 없이 고용에 심각한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합의했기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쟁을 하고자 기자회견을 하고 천막을 치고, 투쟁 방향과 구체적 투쟁 내용을 토론할 때 힘들어하던 동지들의 모습, 이것저것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며 짜증 내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고 해를 넘겼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제법 단단해졌습니다.

지역에서는 법적으로 확인해 봤는데 답이 없다, 이길 수 없는 투쟁이며 회사가 없어지면 끝인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위로금 더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와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 한국산연 해고 노동자들이 폐업 철회 투쟁을 다짐하며 손도장을 찍은 펼침막.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 한국산연 해고 노동자들이 폐업 철회 투쟁을 다짐하며 손도장을 찍은 펼침막.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우리는 노동자의 자존심,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히고도 일본 자본의 악랄한 폭력 앞에 무릎 꿇는 삶을 거부하고 투쟁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결정한 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렇게 크고 넓은 자유무역지역이라는 공장 지대는 밤이 되면 모두 불 꺼지고 외국인 노동자들 숙소에만 드문드문 불이 켜집니다. 바로 이곳에서 여자 혼자 천막에서 자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천막에서 잘 때 너무도 무섭습니다. 잠이 들지 않고 잠에서 깨서 뜬눈으로 밤을 새웁니다.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으며 두려움을 이기려고 참고 버팁니다. 우리는 정말로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돌아갈 수 있느냐고 물으면 끝까지 투쟁해서 그 끝을 승리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 자유무역지역에서 노조가 있든 없든 한국의 임금 수준이 오르자 수많은 공장이 일방적인 자본 철수를 단행했습니다. 수만 명의 한국 노동자들이 쫓겨났습니다.

외투 자본의 횡포를 처벌하거나 규제하는 법조차 못 만드는 대한민국, 이대로 둘 수 없지 않겠습니까. 반드시 한국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케 하고, 현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시작, 첫날입니다. 투쟁 방향과 내용, 체계를 세우며 새로운 결의를 세워야 하는 시간 앞에 섰습니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끝까지 싸워서 빛나는 승리 보고대회를 맞이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