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소음 노출 큰 영향
초기 증세 자각하기 어려워…휴대전화 앱 자가진단 가능
시끄러운 곳 이어폰 사용 주의
세계보건기구 60·60 운동 제시…볼륨 60% 이하 60분 이내 감상

▲ 영화 <라붐> 속 시끄러운 파티에서 헤드폰을 쓰는 장면. /스틸컷
▲ 영화 <라붐> 속 시끄러운 파티에서 헤드폰을 쓰는 장면. /스틸컷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는 종종 아이 때문에 애가 탄다. 불러도 대답이 없어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면, 집에 있으면서도 스마트기기에 연결된 이어폰이 귀에 꽂혀 있다. 그러니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을 수밖에. 그래서 가끔 아이를 부를 때 차라리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기도 하는데, 이게 무슨 경우야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의 청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TV를 볼 때 소리가 어지간히 크다 싶은데도 자꾸 올린다. 난청, 나이가 들어 '가는 귀가 먹는' 현상인 줄 알았는데, 청소년에게도 난청 증상이 생긴다는데 그걸 소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그 증상, 원인, 치료, 예방법을 창원경상대병원 이비인후과 허동구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 창원경상대병원 이비인후과 허동구 교수가 난청의 정도와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br /><br /> /정현수 기자
▲ 창원경상대병원 이비인후과 허동구 교수가 난청의 정도와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소음성 난청을 호소하는 청소년기의 환자가 느는 추세인가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10년 치를 보면 실제 난청 환자가 많이 늘어난 건 아녜요. 오히려 소음성은 감소하는 경향도 보였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잠재된 청소년 환자들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비슷한 연구를 90년도부터 10년 단위로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중고생의 17%가 미약하지만, 정상 이하의 청력을 보였다고 보고되었어요. 여섯 명에 한 명 정도는 난청이 잠재되어 있다고 봅니다."

-청력 저하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환경은 어떤 걸까요?

"청소년기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에 일정 시간 이상 꾸준히 노출되는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특히 외부 소음이 있는 곳에서 이어폰 사용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족력이 있거나 어릴 때 급성중이염을 앓았다면 더욱 주의해야겠죠."

-소음성 난청의 증상은 어떻습니까?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 외에도 특별한 증세가 나타나는지?

"소음성 난청은 본인보다 주위 사람이 병증을 의심하고 치료를 권유하면서 병원에 오는 사례가 많아요. 사람이 많아 시끄러운 중에서도 누군가 자기에게 하는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하고 놓친다면 초기 증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청이 진행되면서 이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음성 난청은 감각신경성과 전음성, 어느 쪽 경향이 강한가요?

"소음성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이 대부분이고요, 그중에서도 고주파수 음역인 4000헤르츠(Hz) 이상의 주파수 영역에서 난청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난청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일단 문진하고요, 귀의 구조를 먼저 보는데 고막까지 들여다보는 이학적 검사를 합니다. 그 후에 가장 중요한 청력 검사를 하는데요, 여러 가지 검사가 있지만 순음청력검사라고 해서 보통 삑 소리가 나면 단추를 누르는 거 있잖아요. 이게 기본 검사가 되고요, 그다음에 말로 들려주는 어음청력검사, 이 두 가지가 기본입니다."

-어느 정도가 되면 난청 진단을 받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는 25dB 이상이 되면 난청이 있다, 얘기합니다. 청소년기는 조금 더 좋아야 하거든요. 25dB은 20대 초반 사람들의 평균을 뽑아서 이 사람들은 다 들을 수 있다고 잰 거예요. 0dB이라 해서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죠. 경도난청부터 심도난청까지 다섯 단계로 나눠놨습니다. 1만Hz 소리를 15dB로 주면 중장년층은 거의 못 듣죠. 하지만 청소년들은 들을 수 있습니다. 소음성 난청은 고주파수 소리를 못 듣는 수가 많아요."

-난청인지 아닌지 자가진단할 방법이 혹시 있을까요?

"스마트기기로 할 수 있는 앱이 나와 있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젊은 친구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자기도 해보는 거죠. 어, 너는 들리는데 나는 안 들린다,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난청이 진행되면 이명현상도 생기나요?

"그렇습니다. 이명의 원인이 아직 100% 밝혀진 건 아니지만, 가장 크게 지지 받는 가설은 청각 자극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뇌 청각계 변화가 이명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청력을 완전히 소실하는 것이든 아니면, 달팽이관으로부터 뇌의 청각피질로 올라가는 신호(시그널)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이명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물론 다른 사례도 있지만, 난청과 이명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난청 판정을 위해 어떤 검사들을 하나요?

"앞서 말씀드린 순음청력검사나 어음청력검사 이외에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ABR)를 하게 되는데요, 환자가 안 들리는 척해도 이 검사를 통하면 알 수 있죠. 이게 어디에 많이 활용되느냐면, 청각장애인, 산업재해 판정할 때 무조건 하는 검사입니다. 비슷한 검사로 청성지속반응검사라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뇌파를 보는 거고요. 또 이음향방사검사라는 것도 해요. 달팽이관에서 메아리치는 것을 측정하는 거예요. 이 검사 방법으로 순음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도 검진할 수가 있습니다."

-난청도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를 텐데, 사례별로 치료법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치료가 어렵습니다. 일단 안 생기게 하는 게 상책이고요. 조금 의심이 되면 모니터하는 게 최선입니다.

전음성 난청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중이염이 원인이라면 중이염을 치료하면 회복되고 고막이 손상되었거나 이소골이 손상되었으면 이 부분을 치료해서 낫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골도보청기라 그래서 재건이 어려운데 신경만 살아있을 때에는 뼈를 진동해서 듣게 하는 보청기를 심어주기도 합니다. 중등도 이상 난청이 있을 때는 보청기를 처방하고요, 조금 더 심해진다면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수술도 하고요, 요즘엔 인공중이 장치라고 해서 보청기가 문제 있는 분들은 소리를 고막 안쪽에서 증폭해주는 장치를 이식하는 수술도 하고 그렇습니다. 사례에 따라서 치료법이 다르지만, 파이로 보면, 감각신경성 난청, 소음성 난청 차원에서 보면 예방이 최선입니다."

-난청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원인이 되는 환경을 피해야 할 텐데, 그게 어려운 상황도 있겠다 싶습니다. 슬기로운 난청 예방법 부탁드립니다.

"결국은 일정 크기 이상의 소리를 줄이는 게 최선인데, 헤드폰을 쓸 때 소음을 막아주는 게 있으면 아무래도 크기를 낮춰 듣게 되니 도움이 되겠죠. 60% 이하의 볼륨으로 60분 이내로 들으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60·60운동을 지키는 게 중요하고요, 소음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쉬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또 흡연이나 음주도 영향을 미칩니다. 혈류가 떨어지면 난청으로 이어져요. 염분 섭취도 적게 하라고 상담합니다. 그리고 소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 귀를 보호하는 귀마개 등 보호 장구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군인들 총 쏘고 나서 난청을 호소하는 이들 꽤 많습니다. 결국, 소음에 노출될 때 개인 보호장구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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