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국가 제한 늘어
소비자 불만·반환 요청 빗발
민간 업체 비싸 우체국 선호

지난해 11월 20일, ㄱ 씨는 독일에 거주하는 아들에게 우체국 국제특급우편(EMS·Express Mail Service, 다른 우편물보다 우선 취급하는 가장 신속한 우편)을 이용해 생필품을 보냈다. 감감무소식이던 택배는 지난해 12월 31일에야 도착했다. 41일만이다. 우체국 직원이 ㄱ 씨에게 평소보다 배송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아무리 늦어도 평소 10일 이내 도착하던 택배가 한 달이 훌쩍 넘어 도착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특급'인데 느려도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EMS의 배송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하늘길이 막히면서 EMS 배송이 덩달아 느려졌다. 배송할 수 있는 물품 제한도 늘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일반항공으로 10~20일이 걸리는데 EMS를 이용하면 배송까지 평균 2~5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인터넷우체국은 EMS가 수십 일 지연될 수도 있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3월 국제 항공편이 결항하면서 40여 개국으로 가는 EMS 접수가 중지됐다. 평균 2~5일 걸리던 EMS 배송기간은 평균 1~2주가량 추가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배송량 폭주로 배송이 한 달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연말, 연초에 물량이 몰린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보낼 수 있는 국가도 항공편이 축소되고 물량이 몰리면서 배송기간이 더 걸린다. EMS 인터넷우체국을 보면 18일 오후 기준 101개국 중 28개국에만 EMS를 이용할 수 있다. 보낼 수 있는 국가 중에서도 배달지연국은 5개(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아랍에미리트연합국, 카자흐스탄), 도착 일자를 보장하는 EMS배달보장서비스가 일시 정지된 국가는 9개(호주, 중국, 스페인, 프랑스, 영국, 홍콩, 일본, 태국, 미국)이다.

배송기간이 늘어나자 음식물 배송도 금지됐다. 우체국은 지난해 10월부터 김치 등 발효식품을 장기보관에 의한 2차 피해 우려로 EMS 접수하지 않는다.

이용자들의 반환 요청 건수도 증가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반환청구 회신, 반송 조치 등도 지연되고 있으니 반환 요청에 신중해달라고 했다.

우편 물량도 지난해 상반기 역대 최대 감소 폭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우편 물량이 15억 9200만 통으로 2019년 상반기보다 8.9% 줄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국제우편은 2019년 상반기보다 35.5%나 감소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대체통신이 발달한 데다 하늘 길이 막히면서 접수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EMS 배송이 안 되는 지역은 EMS 프리미엄(우체국과 특송업체 UPS사가 제휴해 만든 배송체계)을 대신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EMS를 대체할 수 있는 국제배송은 FEDEX, DHL 등이다. 그러나 FEDEX와 DHL 배송료는 EMS(서류 기준 0.5kg 1만 4500원, 1kg 1만 7500원)보다 비싸다. FEDEX는 0.5kg 기준 5만 원, 1kg 5만 8200원이다. 같은 도착지 기준 DHL은 0.5kg 3만 7800원, 1kg 6만 4500원이다. 국제배송업계 관계자는 3개사 배송속도는 비슷한 편이나 소비자들은 가성비 좋은 EMS에 몰려 상대적인 배송 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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