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경동 사람들 수년간 힘 모아
진주 마을여행 지도 첫 편 제작
골목 공간 운영자 인터뷰 담고
책방·자전거 주제 여행 제안
도지역상점·SNS 통해 배포 예정

▲ 진주 마을여행 지도 강남편 표지.
▲ 진주 마을여행 지도 강남편 표지. /김민지 기자

지역민의 힘으로 만든 '진주 마을여행 지도'가 나왔다. 나룻배를 타고 남강을 건너던 시절 '배건네'라고 불렸던 망경동과 강남동, 칠암동을 묶은 진주 마을여행 지도 첫 번째 강남편이다.

지도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망경동에 터 잡고 사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수년간 자료 수집을 했고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기획·글은 이태곤 도시달팽이 대표·권영란 지역쓰담 대표·조경국 소소책방 대표·박근모 씨가 맡았고 조사·그림은 배건네공작소 한정희·한정아·안소윤·윤서희 씨가 담당했다. 지도에 쓰인 사진과 자료 역시 지역의 공간 운영자와 커뮤니티모임 참여자, 루시다갤러리, 유 스튜디오, 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등에서 제공했다. 진주 마을여행 지도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주 망경동에서 이태곤(40) 도시달팽이 대표를 만났다.

대학에서 도시계획·도시설계를 전공한 이 대표는 지난 2017년 망경동에 복합공간 도시달팽이를 만들었다. 그가 망경동에 터를 잡은 이유는 진주에서 가장 가치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가치를 '골목길'로 보았다. 삐뚤빼뚤하고 비좁은 길, 지금은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자연발생적인 길이 좋았다.

이 대표는 이곳에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살갑게 관계를 맺었다. 그가 웃으면서 "여태까지 쌓았던 인맥을 총동원해 정보 모으고 지도를 제작했다"고 했는데 지도를 보면 이 얘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정성과 노력, 동네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수치지형도를 기반으로 공공공간, 음식점·주점, 카페·디저트, 문화·체험, 숙박 등 5개 목록으로 나눠 표시했다. 이 중 문화·체험이 가능한 장소 12곳은 공간 운영자를 인터뷰하거나 자료를 제공받아 친절하게 공간을 소개했다. 이 대표가 여러 사람들과 지도를 만든 계기는 '우연'이라고 했다.

"저는 목공방을 하고 싶었고 아내는 캘리공방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공방할 자리 찾다가 운좋게 망경동에 집(도시달팽이)을 지을 계기가 생겼고 공간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1층 카페, 2층 지역쓰담, 3층 작업실 등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왔고 당시 육아휴직 중이던 박승훈 선생님이 모임을 하나 만들자고 제안한 게 그림, 독서 등 갯수가 10개 가까이 됐다. 처음부터 동네 지도를 만들겠다, 문화공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지도에는 망경동의 문화가 있는 일상 공간들은 물론 배건네 마을을 즐기는 방법으로 마을여행을 제안한다.

▲ 진주 마을여행 지도 첫 번째 강남편을 만든 (왼쪽부터) 한정아, 이태곤, 한정희, 안소윤 씨.
▲ 진주 마을여행 지도 첫 번째 강남편을 만든 (왼쪽부터) 한정아, 이태곤, 한정희, 안소윤 씨. /김민지 기자

특히 조경국 소소책방 대표이자 작가의 '책방투어'와 권영란 지역쓰담 대표이자 작가의 '강남지구 1일 사용법', 정경원 감성농부의 '자전거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정된 지면 안에 일반적인 정보만 담기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도는 '문화가 있는 일상의 공간들'에 집중해 책방, 전시, 체험이 가능한 공간들만 뽑아서 만들었다. 단순히 그림지도가 아니라 위치 정보가 정밀한 수치지형도를 바탕으로 가게나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았다."

지도는 진주시의 인쇄제작지원을 받아 2만 5000부를 제작했다. 도시달팽이, 아트빈커피, 지역쓰담, 루시다갤러리, 커피포트, 은안재 등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진주관광두레 SNS(@jinjutour)와 도시달팽이협동조합(가칭) SNS를 통해서도 배포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마을단위 지도와 소식지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곧 도시달팽이협동조합을 만들 계획이다. 첫 번째 강남편을 이어 두 번째는 성북편으로 사진·글·취재·편집디자인 등 참여를 희망하는 이를 모집 중이다.

"동네 사는 사람들도 항상 다니는 길로 가다보니 골목길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동네 사람은 물론 공간 운영자가 지도를 보고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주변을 소개해주면 좋겠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1년 단위로 마을여행 지도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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