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씨 길 정리하며 조성 "산 지키고 사람도 지키고파"

"돌탑을 하나하나 쌓다 보니 자꾸만 더 쌓고 싶어집니다. 산길을 정비하면서 건강도 찾고, 마음에 평화까지 찾아오니 마치 석가모니가 된 기분이에요."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산불감시원 박창근(68) 씨는 18일 그가 근무하는 산불감시초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립마산병원 맞은편 갈마봉,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에는 그가 지난해부터 쌓아올린 돌탑들이 눈길을 끈다.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인 자연석들이 서로에게 몸을 포갠 모습이 기묘한 안정감을 준다. 이날 그는 자신이 왜 돌탑을 쌓아왔는지 사연을 들려줬다.

박 씨가 지난 2018년 11월 산불감시원 활동을 시작했을 때, 갈마봉 등산로 상태는 엉망이었다. 그는 "태풍이 지나간 여파로 산 중턱에서 쓸려 내려온 크고 작은 돌, 나뭇가지들이 길 위에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었다"며 "처음에는 돌을 한쪽으로 치우는 일부터 했다"고 말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산불감시원 박창근 씨는 초소에 앉아 있기보다 돌탑을 쌓으면 산불감시도 하고 등산로를 정비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 말했다. /이창우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산불감시원 박창근 씨는 초소에 앉아 있기보다 돌탑을 쌓으면 산불감시도 하고 등산로를 정비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 말했다. /이창우 기자

본격적으로 돌탑을 올린 시점은 지난해부터였다. 가로세로 2m도 안 되는 초소에 앉아 있어 봤자 춥기만 한데 탑을 쌓으면서 산불감시도 하고 등산로 정비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소일거리 삼아 벌인 일은 꾸준히 이어져 등산로 입구부터 갈마봉, 청량산 임도로 나뉘는 갈림길까지 짧지 않은 '돌탑길'이 조성됐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돌탑 개수만 24개다. 박 씨는 "지난해 태풍이 많이 왔고 바람도 세게 불어서 걱정했지만, 무너져내린 돌탑은 하나도 없었다"며 웃었다.

박 씨는 산불감시활동과 탑 쌓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털어놨다. 국립마산병원에서 17년간 경비업무를 했던 그는 2016년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는 양쪽 폐 일부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24시간 2교대 근무를 했던 데다, 내 일 남의 일 가리지 않고 나서는 성격이 몸을 혹사시켰다. 조직 절제수술과 항암치료까지 받고 심신이 피폐해진 그는 집 앞 갈마봉을 오르면서 정신적인 위로를 받았다. 그 길로 산불감시원에 지원했다.

산불감시가 본 업무지만 몸을 가만두지 못하는 성정은 여전하다. 등산객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순찰 중 길 위 낙엽과 잔돌을 치우는 일은 매일 일과다. 길을 잘못 든 사람을 본 뒤로는 직접 표지판도 만들어 붙였다. 산 중턱 비탈이 심한 곳에는 삽으로 흙을 퍼내 자연 계단을 만들어 두기도 했다. 심지어 그가 근무하는 초소 역시 대나무와 건설자재를 엮어 직접 만든 구조물이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초소를 지어주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지낼 곳은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탑 위에는 새로운 돌들이 쌓이고 있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남긴 소원들이다. 돌탑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는 등산객들을 보면서 박 씨는 남몰래 웃음 짓는다. 가끔 그가 탑을 쌓고 있을 때 "어르신이 이걸 다 쌓으셨냐", "너무 수고하신다"며 반갑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있다. 박 씨는 "민망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며 "책임감 있게 산불감시원 활동을 이어가면서 탑 쌓기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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