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핌 탈피 이웃 소통에 초점
어르신들 코로나 속 활력 충전

'고향엄마를 부탁해'는 단체 이름이 아니다.

창녕혁신가네트워크 회원들의 활동 이름인데, 어디선가 들은 듯하다.

9개월 넘도록 찾지 못한 치매 걸린 엄마….

죽음을 예감하며 성모에게 기도했던 그말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창녕혁신가네트워크 박해진 대표와 회원들이 이 활동을 연상한 것도 비슷한 일이다. 창녕군 남지읍 곳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홀몸노인들, 간혹 대낮에 탈진해 쓰러진 노인.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들은 지난 5월부터 계획을 만들고, 7월에는 남지읍 노인가구 102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확신을 얻었다.

"가장 우울할 때는?" "몸이 아플 때"(65%).

"가장 행복할 때는?" "이웃과 소통할 때"(49%) "자녀들이 방문했을 때"(29%)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때"(20%).

▲ 동남아시아 가상여행을 콘셉트로 마사지·손톱 손질 등을 즐기는 창녕 남지읍 고향엄마들. /창녕사회혁신가네트워크
▲ 동남아시아 가상여행을 콘셉트로 마사지·손톱 손질 등을 즐기는 창녕 남지읍 고향엄마들. /창녕사회혁신가네트워크

의외였다. 자녀들이 방문했을 때보다, 이웃과 소통할 때 더 행복해하시는구나!

박해진 대표를 포함해 '고향이웃돌보미' 5명은 이때부터 남지읍 홍정마을 등 6개 마을에서 본격적인 돌봄활동을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았고, 설문조사에서 파악한 노인들 요구에 충실했다. 우선 친해지는 것부터, 그리고 소소한 심부름. 라면, 반찬 심부름에 함께 장보기, 리모컨 조작법, 형광등 갈기….

친해지고 나서는 틈틈이 같이 놀았다. 재미있었던 건 '동남아 여행'이었다. 설마, 이 코로나 와중에?

가상 여행이었다.

함께 여행온 건물 앞에 '동남아 여행'이라 현수막까지 붙였다. 방 안에서 흔히 동남아에 가면 하는 얼굴맛사지니, 손톱손질까지 함께 했다. '썬그라스' 끼고 여행 기념촬영도 했다.

"동남아 오이 기분 좋다!" "고향엄마 파이팅!"

▲ 단짝이 된 조부자-박필임 할머니.<br /><br /> /창녕사회혁신가네트워크
▲ 단짝이 된 조부자-박필임 할머니. /창녕사회혁신가네트워크

코로나로 분위기가 더 처져있던 고향할매들이 기운을 차리고, 사기가 올랐다.

지난해 말, 마무리 활동도 인상적이었다.

'짝지(단짝) 만들기'였다. 평소 쓸쓸했던 홀몸노인들에게는 더없는 친구가 생겼다. 조부자-박필임 할매도 그렇게 짝지가 됐다.

이 활동의 처음 목적이 있다.

'고향돌봄센터'가 문을 열고, 고향이웃돌보미가 지속적으로 양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엄마는 물론, 아빠까지 고향 어르신들 돌봄서비스가 일상화되는 것이다.

창녕혁신가네트워크 박해진 대표는 "늘 곁에서 홀몸노인들을 봐왔는데도, 이렇게 함께 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다.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정말, 몸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자신이 일하는 남지읍 동포리 '다온심리상담센터' 사무실에 '고향엄마를 부탁해' 연락전화(055-526-2018)를 두고 있다. 깨달음의 결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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