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서 심경 드러내
민주당 보선 무공천 번복에
"당헌 불변 아냐…결정 존중"
전직 대통령 사면은 선 그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여러모로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 관련 질문을 받고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대단히 안타깝고, 그 이후 여러 논란 과정에서 이른바 2차 피해가 주장되는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박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부분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야권과 여성계 등의 지속적인 입장 표명 요구에도 침묵하던 문 대통령이 직접 이 사건에 심경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만든 당헌을 뒤집고 민주당이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내는 데 대해서는 "우리 헌법이 고정불변이 아니고, 국민 뜻에 의해 언제든 개정될 수 있듯 당헌도 고정불변일 수 없다"며 "제가 대표이던 시절 만든 당헌이라고 신성시될 수는 없다. 민주당 당원들이 당헌을 개정하고, 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새해 벽두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언급으로 이슈가 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는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건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다. 두 분 다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아주 걱정이 된다"면서도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그것으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도 많이 있고, 또 그분들 가운데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분도 많으시리라 생각한다. 그런 아픔까지도 다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것도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의 상식이 용납지 않을 것이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국론의 분열이 있다면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내내 이어졌던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국민에게 정말 송구스럽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이라는 것이 워낙 오랫동안 이어진 검찰과 경찰의 여러 관계, 검찰의 수사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의 관점이나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고 때로 갈등이 생긴다고 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장관과 총장이 마치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비쳤던 부분까지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반성할 지점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총장 임기제와 검찰총장 징계가 서로 상충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전적으로 잘못 아는 것"이라며 "검찰총장 임기제가 없다면 징계가 필요없다. 언제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게 하면 되니까. 임기제가 보장되기 때문에 총장은 파면이나 징계에 의한 방법으로만 책임을 물을 수 있게끔 제도화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총장 징계에 사법부가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고 징계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하는 것도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원리가 아주 건강하게 작동되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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