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의 재앙 예고 현실화
배우 디캐프리오도 적극적
과학자들 세계 정책 비판
아마존·네슬레도 행동 동참

사람은 사람을 통해 배웁니다. 기후위기를 실생활에서 체험하는 경우는 드물죠.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만 누군가의 외침, 어떤 이의 호소에 귀 기울이다 보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배우게 됩니다. 거대한 진실을 혼자가 아닌 여럿이 마주하고자 마련한 '기후위기교실'. 지난 1강에서는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와 지구온난화 역사를 알아봤습니다. 이번 2강에서는 '기후위기 누가 말하나'를 주제로 2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나 봤습니다. 그중에서 환경운동가, 배우, 학자, 과학자, 기업인 7명을 간추려 소개합니다.

◇지구를 지키는 작은 거인 = 여기 한 환경운동가가 있다. 온몸으로 기후 위기를 말하고 지구를 살리는 일에 외면하지 말고 연대하자고 외치는. 그의 나이는 18세, 이름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스웨덴 출신의 툰베리는 최근 2년 연속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뜨거운 어느 금요일 학교 대신 국회 의사당으로 향한다. 그는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선언 이후 1인 시위에 나섰다. 물결은 이듬해 125개국 2000여 개 도시로 확산했다. 청소년은 기성세대를 비판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사회운동을 펼쳤다. 많은 이들은 툰베리의 연설을 잊지 못한다. 2019년 그는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 하지만 당신들은 여전히 돈타령만 하고 경제성장의 신화에 빠져있다"며 "당신들은 긴박함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는 거라면 악마나 다름없다"며 전 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했다.

놀랍게도 툰베리의 슬픈 예언은 지난해 지구 곳곳에서 역대급 기후재앙으로 드러났다. 호주는 6개월 넘도록 지속한 대형 산불로 동물 10억 마리가 생명을 잃고 생태계가 파괴됐다. 중국은 댐 붕괴설이 나올 정도로 폭우와 산사태를 겪었다. 다들 기억하듯이 한국도 2020년 여름 역대급 긴 장마로 물난리를 겪었고,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상황 속에서 하동과 구례 등의 지역에서는 이중고를 견뎌야 했다.

◇환경 지키는 재단 만든 배우 = 세계적인 영화배우 중 한 사람도 지구를 살리는 데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다. 그 또한 유엔본부서 2014년 9월 기후위기 연설을 했다. 그레타 툰베리가 지구 재앙을 말하기 5년 전으로 그는 산업계와 정부를 향해 경고하고 호소한 바 있다.

"이제 이 문제는 전구를 바꾼다든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즉 개인의 행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었다. 이젠 산업계와 세계의 모든 정부가 대단위의 결정적인 행동을 취해야 할 때이다."

디캐프리오는 석탄과 석유업체에 보조금을 중단하고 산업공해 생산자 호주머니에 시민 세금이 흘러가도록 할 것이 아니라 감시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왜냐하면 "생태계가 죽으면 경제도 죽는다"며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직업의 문을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8년 환경재단을 설립한 그는 꾸준히 지구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2019년 8월 아마존 산불 피해 복구에 500만 달러(한화 약 61억 원)를 기부했으며, 야생동물 보호와 코끼리 등 멸종위기 펀드 조성에 힘쓰기도 했다.

◇한국 에너지 정책에 경고장 날린 미래학자 = 코로나19 시대 기후 위기를 말하며 자주 소환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다. 그는 미국의 미래학자이자 사회학자며, 사회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그린 뉴딜>이란 책을 펴내 한국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2019년 10월 환경부와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주최한 아시아미래포럼 영상 특별강연에서 제러미 리프킨은 한국의 중앙집권적이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에너지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 원자력과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곧 쓸모없게 될 '좌초 자산'이라는 것. 그는 그 시점을 대략 2028년으로 예상했으며, 한국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를 전환해야 에너지 재앙에 따른 금융재앙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원자력 폐기물 처리 비용과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범인 화석의 위험 부담이 점점 커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값이 싸다는 이유로 에너지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호사는 곧 끝난다고. 국외서는 이미 태양광의 전력 생산 단가가 가격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제레미 리프킨은 지난해 10월 <중앙일보>의 영상 인터뷰에도 응했는데, 이때 코로나19 발생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이들이 점점 사람 거주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해 바이러스가 인간에 옮겨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단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성장의 시대서 복원의 시대로 가야" 한다며 패러다임 전환의 길에 기성세대보다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건다. "거리로 나서세요. 평화를 유지하면서. 부모님의 호의를 기대하지 마세요"라며 청소년들의 지구살리기 운동을 격려하며, 위기를 모르거나 위기를 묵인하는 많은 이들을 돌아보게 했다.

◇행동하는 과학자들 = 과학자 중에서도 기후 위기 이론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시민을 만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 인물이 미국의 과학자 제임스 한센(James Hansen)과 한국의 조천호 박사다.

우선 미국 항공우주국 고다드 연구소장을 지낸 제임스 한센은 시위를 하다가 백악관 앞에서 체포된 일화로 유명하다. 이유는 캐나다에서 미국의 멕시코만까지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 반대 시위를 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그는 1988년 미국 의회 증언에서 "탄소 배출은 지구온난화의 시한폭탄"이라며 위험을 경고했다. 2010년에는 세계 주요 일간지에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자비를 들여 "이산화탄소 350ppm 이하로 돌아가야"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특히 '과학의 침묵'이란 말로 과학자들을 비판한 인물이다. 그는 과학자들이 기후 위기를 알면서도 그 숱한 근거들을 부드러운 언어와 타협하는 자세로 풀어내는 행태에 분노했다.

국내에서 기후 위기를 주제로 많은 시민을 만나고 있는 과학자로는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가 있다. 그는 창원을 찾아 강연을 한 바 있고,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도 출연해 '기후 위기는 정의의 문제'라는 주제로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이 10년 내 온실가스 50%를 감축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노력은 지난 IMF 외환위기 때 전 국가적으로 기울인 노력에 버금가도록 과감하고 절실해야 한다고 봤다.

조 박사는 선진국이 짜놓은 기후 위기 대응에 쫓아가는 시늉을 하기보다 한국이 세계 경제 10대 강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글로벌 기업들 = 온라인 공룡 아마존은 2019년 '기후 서약'을 약속했다.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달성하고 2030년까지 100% 재생 가능한 전기로만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는 20억 달러(한화 2조 4000억 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조성 계획을 알렸다. 이 펀드는 청정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해 아마존은 물론 기업들의 탄소 배출 감축을 돕겠다는 취지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식물성 고기(패티) 햄버거 개발로 유명하다. 존슨 부사장은 "지속가능성은 네슬레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말한 인물이다. 기업의 가치에 따라 지속 불가능한 동물성 단백질 대신 식물성 단백질로 전환하고자 대체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네슬레가 150년 넘는 장수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고 본다. 또한 유기농, 식물 기반, 지속가능성 3대 원칙을 자사의 비즈니스 전략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세계 식품 시장의 변화를 자신감 있게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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