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부터 불안과 유혹이…
시간은 쌓일테니 작은 실천부터

해가 밝았다. 모두의 달력이 2021년으로 넘어간다. 해 뜨고 해 지는 하루. 24시간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침과 분침. 부지런히 움직였던 사람들. 돌이켜보면 지나간 것들은 모두 흔적을 남긴다. 여운이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큰 소란 없이 종이 한 장으로 넘긴다. 2020년이 넘어간다.

아쉽다. 계획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잘 마무리했을까. 자답하지만 후회보다 미련이 남는다.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다. VR로 울려 퍼진 제야의 종소리에 조용히 눈감자 부지런히 자전하는 지구 위에 2021년 새로운 숫자가 떠오른다.

새로움이라는 의미 부여로 새해를 맞이한다. 다시 선물 받은 일 년이라는 시간 앞에 마주 선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희망이 동기를 부여한다. 솟아나는 해를 보며 마스크와 함께한 지난날들이 어서 빨리 마침표를 찍기를 기도한다. 모두의 건강을 바란다. 그 목록에 지구의 건강도 슬며시 두 손 모아 집어넣는다. 백신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를. 더 이상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지 않기를. 그러나 속보를 타고 전해지는 뉴스는 희망의 반대말로 경보를 울린다.

경보를 울릴수록 이상하게 증권시세는 오른다. 처음으로 코스피 3000을 돌파했다는 소식 듣기 무섭게 새해 연일 빨간색 상승을 멈추지 않는다. 개인정보동의가 갱신된 것일까. 안전 안내 문자처럼 카드 대출 문자와 전화가 수시로 울린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빚까지 끌어 모아서. 지금 투자 안 하면 안 되는 정보들이 사이트를 도배한다. 너도나도 투자에 성공한 동학개미 투자 이야기가 SNS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순간, 자신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본전은 한다는 생각에 계좌 개설을 멈춘다. 새해부터 심상치 않은 유혹이 펼쳐진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신축년 새해도 높은 거리 두기 단계와 바이러스 감염의 불안을 안고 시작한다. 오를 만큼 오른 부동산은 더 오를 것인가. 좋은 일자리는 만들어지기는 할 것인가.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대한민국의 경제거품은 언제쯤 사람들이 체감할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사는 세상처럼 말이 되지 않는 일들이 신문 지면을 채운다. 이러한 동안에도 선물 받은 3153만 6000초에서 1초가 새어나간다.

문득, 변함없이 흐르는 시간들은 쌓이는 것일까. 그저 흘러지나가는 것일까. 어제와 같이 또 하루가 시작되지만 새해를 시작하는 몇 주간 마음가짐이 특별하다. 눈에 보이지는 않는 1분 1초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새해와 함께 찾아오는 자아 성찰의 시간이 있다.

숲을 보면 나무가 보이지 않는 시간들 지나, 나무를 보면 숲이 보이지 않는 시간들 생각한다. 몸은 기억하고 있다. 분명 시간은 쌓인다. 쌓인 시간만큼 여유시간을 발견한다. 더하여 물 컵 속의 물을 보고 '이것밖에 남지 않았네'와 '이 정도나 남았네'라는 생각의 차이가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다.

작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 2주에 한번 찾아오는 분리수거 날. 커다란 곡물포대가 펼쳐지면 퇴근 후 아파트가 소란스럽다. 분리된 쓰레기들이 이룬 산 앞에 통반장과 경비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것은 분리수거 안 됩니다" 또는 "투명 페트병은 따로 분류합니다". 새해에는 종류별 구분해 분리배출을 하는 것부터 생활화하고자 한다. 귀찮음을 비워내고 기분 좋은 채움으로. 작은 것들의 시로.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