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넘나드는 이야기 다양하게 확장
60세 되고 보니 새로운 미래 더 궁금해

육갑(六甲)을 외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육갑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줄임말이다. 사주팔자의 천간 중에서 갑(甲)이 여섯 번 돌아 본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것으로 흔히 '환갑(還甲)'이라고 한다.

간지는 60년마다 같은 이름을 가진 해가 돌아와서 새로 시작한다는 회갑(回甲)이기도 한데, 같은 말이지만 둘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환갑은 다시 새롭게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고 회갑은 한번 돌아와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 무렵이 되면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정한 정년 연령으로 직장에서 물러나기도 하고 옛말에서는 지팡이를 짚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60이면 여전히 왕성한 체력이 뒷받침되어 신 중년이라고도 부르고 인생 이모작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소회이지만 새해가 되면서 추억하는 일이 많아졌다. 유행이 지난 노래들이 다시 들리고, 오래전의 상처들도 달달하게 숙성되었다. 아픔은 아픔만큼, 슬픔은 슬픔만큼, 예전의 자리에 있지 않고 익을 만큼 익어서 묵은장이 되었다.

나이가 이순(耳順)인 까닭인가!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思慮)와 판단(判斷)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서 일상이 예전같지 않아서인지,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인지 아니면 그때의 자신이 그리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타임머신 같은 시간여행기계가 만들어져서 시간여행이 가능해지면 스무 살 그때를 다녀오고 싶어졌다. 마이클 J 폭스가 주연한 영화 <백 투 더 퓨쳐>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이동을 한다면 60인 내가 스무 살 나에게 어떤 인사를 나눌까?

'미래로의 귀환(Back to the future)' 은 여전히 공상에 머물고 있다. 영화 <혹성탈출>에서 먼 행성에 도착한 테일러는 미래의 지구 원숭이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만난다. 부서진 자유의 여신상이 바로 지금의 미국인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을 여행하는 방법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면 하드 SF가 될 것이고, 아직 현실이 되지못한 공상은 빛의 속도를 넘을 땐 가능하다니까 기다려봐야겠다. 그래도 인류가 이제 음속 돌파는 했으니까 빛의 속도도 넘는 날이 오겠지.

회상과 추억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잠깐 다녀온다면야 가고 싶은 곳이 과거뿐일까 여전히 가보지 않은 미래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시간을 다루는 이야기는 소설 쓰쓰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국 드라마 <닥터 후> 등을 비롯하여 무수하게 많고, 영화 <동감>이나 <시월애>처럼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도 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공간. 하지만 나의 시간과 세계의 시간이 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 까?

현실의 우리에게 존재하는 시간은 변하지 않지만 우주의 시간, 꿈속의 시간은 달라질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시공간을 둘러싼 이야기는 더욱 다양하게 확장되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회갑과 환갑의 나이는 실제로 만 60세이고 우리나라 나이로 보면 61살이다. 새해가 되면서 이순(耳順)에 육갑을 떨어본다.

사려(思慮)와 판단(判斷)이 성숙하여 제발 남의 말을 잘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인생 이모작으로 신 중년에 맞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겠다. 비록 육갑(六甲)을 외우는 일은 쉽지 않더라도 새해에는 새로운 60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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