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 등 젊은 주민 12명 참여
도시청년 초청 함안 알리기 등
지역 위한 의미있는 행사 개최
청년조례 개정·정책개발 조력
군 청년친화도시 지정 이끌어
전 세대 어우러지는 함안 목표

"도시엔 놀거리나 문화생활을 할 게 많지만, 농촌에서는 이런 게 부족하다 보니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일상이 똑같습니다. 그런 일상에서도 탈피하고, 지역에 도움되는 일을 해 보고자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청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를 모토로 비록 지금은 함안의 작은 모임에 불과하지만 곧 함안 청년의 중심 조직체가 돼 변화를 이끌겠다고 자신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함안인싸(함안인사이드)다. 현재 회원 12명인 조직을 이끄는 이성주(38) 대표는 "함안에 귀농하고 청년들이 재미있게 지낼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고, 재미에 더해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일도 같이 해보자"며 지난 2019년 6∼7월께 구성했단다.

회원들은 70%가 농업에 종사하고, 30%는 육아나 직장생활을 한다고 했다.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는 회원도 있고, 한우사육과 멜론농장, 곶감농장, 벼농사, 플리마켓을 운영하는 회원도 있다. 이 대표 자신은 법수면에서 타조를 키우며 3000평에 콩 농사를 짓는다. 서울의 유명 IT기업에서 보안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던 이 대표는 결혼 뒤 1년간 세계 일주를 하다 남아프리카 타조농장에 꽂혔다. 양가 부모가 계시는 부산 인근으로 귀농하고자 지역을 물색하던 중 함안 사람들이 텃세가 없고 공무원들도 친절해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함안을 선택했다.

▲ '청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를 모토로 함안 청년의 중심 조직체가 돼 변화를 이끌겠다는 함안인싸 회원들. /함안인싸
▲ '청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를 모토로 함안 청년의 중심 조직체가 돼 변화를 이끌겠다는 함안인싸 회원들. /함안인싸

모임을 만들고 그해 함안인싸가 한 것은 정부 공모전 참여였다. 행정안전부가 각 지역 청년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이를 활성화하고자 공모를 했는데 응모해 으뜸상(1등)을 차지했다. 으뜸상을 받은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함안인싸는 오히려 공모전 참여로 시야가 넓어지고 회원들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더 큰 수확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에는 '도시청년 초청 함안 알리기'를 내세웠다. 도시 청년들을 함안에 초청해 온종일 말이산고분군, 승마공원, 고려동유적지, 입곡군립공원, 강주해바라기마을, 악양생태공원 등을 둘러봤다. 밥도 함께 먹으면서 도시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또 농촌 청년들의 모습을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이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도시 청년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농촌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농촌도 살 만한 곳'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내 보람을 느꼈다.

이런 작은 성과들에 함안군도 반응을 보였다. 처음엔 청년공동체를 조직해 지역에 도움되는 일을 하겠다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공모전 참여 등으로 활동 모습을 보이다 보니 함안군에서 청년에 대한 관심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남도가 청년친화도시를 선정하는 데 함안이 뽑히는 밑거름이 되었고, 함안에 필요한 청년정책들을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실제 함안군은 조례에 청년을 34세까지로 규정해뒀는데, 이들의 건의로 39세까지로 바꾸었다. '함안군과 같은 군 단위 지역은 청년을 34세로 규정하면 청년활동을 할 사람이 없다'는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 타조 체험농장을 운영하겠다며 귀촌한 이성주 함안인싸 대표. /하청일 기자
▲ 타조 체험농장을 운영하겠다며 귀촌한 이성주 함안인싸 대표. /하청일 기자

이 밖에 함안군에 청년 관련 정책들이 많이 생긴 것도 새로운 변화다. 이성주 대표는 "군청 및 청년활동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 덕분에 올해 상반기에는 청년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간단한 모임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컴퓨터 등을 갖춰 공모전 같은 것을 준비할 때 함께 모여 문서작업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법인 형태의 기업이 아니어서 공공기관 지원을 받는 게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다고 했다. 지역에 이런 활동들을 하려는 청년들이 있어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뒷받침만 되면 훨씬 좋은 결과물을 다양하게, 잘 나타낼 수 있는데 아쉽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고민을 함안군이 받아들여 군 자체적으로 자율공모전을 열기로 했단다. 이미 예산도 편성됐다고 했다.

함안인싸는 앞으로 행사나 어떤 일들을 기획할 때 장·노년층과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이성주 대표는 "함안인싸 활동은 아니지만 청년 농부들과 50∼60대 농사짓는 어르신과 협업해 야영장 등에서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열기도 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드려 같이 판매하고 활동한 적이 있었다"며 "함안인싸도 그렇게 50대부터 70대까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것들을 기획해서 해보고 싶다"라고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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