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정 작가 콜라주 연작 눈길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가 땅 밑으로 배설물을 투하한다. 만화에서 나올 법한 커다란 배설물 형상 밑으로 새똥이 떨어진다. 땅 밑에 있던 사슴 한 마리도 똥을 싼다. 지저분한 이미지로 화면 안이 가득 찼는데, 그 옆 그림에서도 옆 옆 그림에서도 보이는 건 똥뿐이다. 자연을 주제로 차려진 작품전에 어쩌다 똥이 담기게 된 것일까.

슥슥 그리고 붙인 콜라주 연작 제목은 'JUSTICE'(정의). 가로 27.2㎝, 세로 39.4㎝에 불과한 이 연작 8점이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 갤러리 거제(Gallery Geoje) 지하 1층 전시장에 나왔다.

▲ 이다정 작가 작품.
▲ 이다정 작가 작품.

거제 지역작가 이다정(35) 씨가 변광용 거제시장의 이름을 한 글자씩 한 화면에 붙여넣어 완성한 콜라주(사진) 작업에선 배설물과 광부, 용두사미 이미지 등을 엮어 만든 모습이 드러난다. 변 시장의 성은 동물 배설물 이미지를 붙여 표현하고, 광은 웃옷을 벗고 안전모를 착용한 광부 사진을 따로 붙여 나타냈다. 이름 끝 글자인 용은 용머리에 뱀의 꼬리란 말로 시작은 그럴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하다는 뜻을 가리키는 사자성어 용두사미(龍頭蛇尾)를, 'Dragon Head Snake Tail'이라는 단어 알파벳을 한 글자씩 잘라낸 뒤 곳곳에 붙여 화면 안에 채워 넣는 식으로 표현했다.

콜라주 연작들은 지난 7일부터 갤러리 거제에서 열리고 있는 이 작가의 첫 개인전 '자연을 품다'전에 나온 출품작 중 하나다.

▲ 이다정 작가 작품.
▲ 이다정 작가 작품.
▲ 이다정 작가 작품.
▲ 이다정 작가 작품.

작가는 코로나19 예술인 지원사업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 동네 미술'을 거제시가 편법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변 시장 이름 옆에 '구속'이라는 글귀를 담은 작품도 전시장에 내놓았다.

이 전시는 2019년 9월 시작된 뒤 무려 6개월간 이어졌던 '호주 산불'을 주제로 마련된 것이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받은 상처를 미술작품으로 승화하고 거제 시정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관련 작품을 전시장에 같이 펼쳐놨다.

작가는 "변 시장의 이름을 유추해볼 수 있는 콜라주 작품에 변으로 시작하는 단어 중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지는 단어를 넣고 싶어서 배설물을 사용하게 됐다"며 "거제시가 거제예총에만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 내용을 알려주고 업무를 진행해 미협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 작가들이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점과 그로 인해 거제예총이 특혜를 받게 됐다는 점을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월 14일까지. 갤러리 거제(055-634-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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