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제도 정비에 대한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는 2015년 21.8%(457만 가구)에서 2019년 26.4%(591만 가구)로 4년 동안 5%p 가까이 증가했다. 2019년 현재 동물 마릿수로는 856만 마리에 달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비싼 동물 치료비 부담을 이구동성으로 성토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클 경우, 키우는 동물 증가에 비례하여 버려지는 동물도 갈수록 늘어갈 우려가 크다.

1999년 표준의료 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동물의료 영역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지경이 되었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동물의료비가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불만스럽지만 동물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큰 것은 불신마저 자아낸다. 업종 중에서 동물의료만큼 시장질서가 교란된 것도 찾기 어렵다.

그나마 경상남도는 지난해 창원을 시범지역으로 삼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진료비 자율표시제를 시행한 데 이어 도의회에서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 조례에 따라 진료비 자율표시제도가 도내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게 되었고, 저소득층 반려동물 진료비 지원도 가능해졌다. 물론 진료비 자율표시제는 어디까지나 해당 병원의 자율적 의사에 따른 것으로 의무적이지는 않다. 상위법에 해당하는 수의사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진료비 표준화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동물 진료비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로 꼽는 것은 진료비 표준수가제와 진료항목 공시제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진료비 표준수가제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임에도 정부는 몇 년째 법을 개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중이다. 독점 이익을 누려온 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겠지만 소비자 눈물이나 동물 유기를 막으려면 언제까지고 미룰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진료비에 붙는 부가가치세 폐지 등 업계 요구 사항도 일부는 수용하여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