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 전담공무원제 도입
인력 부족해 24시간 출동 대기
아동보호전문기관 부담 여전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전면 개편됐지만 아직 현장에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시군별 상황에 따라 아동보호전문기관 부담이 늘어나는가 하면, 전담공무원들은 새로운 업무에 낯설어 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업무 가중 = 지난해 10월 개편된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핵심은 '공공화'다. 구체적으로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각 시군에 배치해 경찰과 함께 현장조사를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이후 사례관리만 맡기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조사와 사례관리를 도맡았다.

전문 영역을 나누면서 현장조사와 사례관리 업무 내용도 더욱 촘촘해졌다. 전담공무원은 현장조사가 끝나면 보호조치 여부, 개입 방향 등을 포함한 '피해아동보호계획'을 수립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넘겨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재학대 방지를 위한 '피해아동사례관리계획'을 세워 지방자치단체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개편안대로라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업무 부담이 한층 줄어든다. 그러나 시군마다 인력 배치에 시간이 걸리면서 현장조사·사례관리를 여전히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맡는 곳이 많다. 여기에 계획서 작성까지 오히려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평균 근속기간은 2년, 이직률은 28.5%였다. 박미경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같은 인력으로 이중 업무에 노출되다 보니 퇴사 직원이 전보다 더 늘었다"며 "기존 상담원이 맡았던 사례를 다른 사람이 맡으면, 어딘가에 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전담공무원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24시간 긴장 = 12일 현재 도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34명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2명이었지만, 올해 1월 들어 각 지자체가 충원에 속도를 냈다. 경남도는 올해까지 인력을 41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창원시는 5명 배치 계획에서 자체적으로 2명을 추가 배치했다.

지난해부터 배치돼 몇 개월간 업무를 해온 전담공무원들은 익숙지 않은 업무에 당황하고 있다. 이들은 교대로 신고접수용 비상 휴대전화를 집에 들고 간다. 사실상 24시간 긴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경찰이 신고를 접수해 전담공무원에게 동행 요청을 하면 바로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전담 인력이 적은 시군은 주야간 교대 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창원시 전담공무원 ㄱ 씨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여러 상담 경험이 있었고, 관련 교육을 미리 받고 배치됐지만 직접 일해보니 전혀 다른 차원의 업무였다"고 말했다.

ㄱ 씨는 "가해 부모에게 아동학대라고 말해도 이에 수긍하고 조사에 협조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조사 거부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적용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창원시는 인력이 7명이어서 2인 1조로 조사를 나가지만 1~2명밖에 없는 지자체 전담공무원들은 심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제시 전담공무원 ㄴ 씨는 "현장조사를 나가면 애매한 상황이 많아 판단이 어렵다"면서 "일반적인 훈육 상황에서 이어진 가벼운 체벌이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아이 훈육에 체벌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부모가 아직 많다 보니 객관적인 위험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전담공무원이 전문성을 갖출 때까지 현재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현장조사에 동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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