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18개 시군 25곳 발품
일상 장소서 색다른 시선 돋보여

여행 계획을 세우는 기회는 1년 중에도 그렇게 흔하지 않다. 기껏해야 5회 안쪽인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명소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면 산이나 동굴을 찾을 테고 탁 트인 광활함에 빠져보고 싶다면 바다를 찾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의 선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또한, 인간이 만든 거대한 문명과 문화 역시 여행의 매력적인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명소만이 여행의 참맛을 주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떠날 수 있고 작은 것에도 소중함과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경남 동네여행>은 그런 취지로 시작한 <경남도민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함께 다니며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주춤했던 6월 창원 사파동을 시작으로 기자들의 동네 여행이 펼쳐진다.

기자들은 머리말에서 경남 18개 시군을 돌아다니며 기획기사를 쓴 이유를 밝혔다. "거창하지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 일상의 소중함, 우리 동네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우리 지역 동네 문화의 스토리텔링을 시작한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지역, 동네를 이야기하길 바라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글 속에는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독립서점이라든가 카페, 식당 등 은근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공간이 많이 등장한다. 게다가 그 공간들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아 은근히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창원 주책방.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 주책방. /경남도민일보 DB

첫 번째 동네 여행지, 창원 성산구 사파동 골목을 따라가 보자. '조용한 주택가 문화공간서 잔잔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소개했다. 동네 책방인 '주책방', 보라색 라벤더가 인상적인 '라메드', 빛이 그린 풍경이 따스한 '무하유' 등등. 이곳에서 주선경 주책방 대표와 박봉기 카페 사파동 대표를 만나 나눈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 통영 봉평동. 미륵산 등산로 가는 길에 있는 곳으로 최근 떠오른 여행 명소란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전혁림미술관'이 있고 그 옆에 '요즘 유행하는 동네 책방의 시조격'인 '봄날의 책방'이 있다. 봉평동에서 만난 사람은 복합공간인 내성적싸롱 호심의 밥장(정석원) 대표와 브런치 카페 릴리봉봉의 김지영 대표다.

▲ 하동 하덕마을 길.  /경남도민일보 DB
▲ 하동 하덕마을 길. /경남도민일보 DB
▲ 남해군 남해읍 회나무 아랫길. /경남도민일보 DB
▲ 남해군 남해읍 회나무 아랫길. /경남도민일보 DB

기자들은 마냥 동네만 찾아간 것은 아니다. 세 번째로 찾아간 곳은 산청군 원지로 성철 스님 순례길을 걷기도 했다. "순례길은 성철 스님의 출생지인 겁외사와 단성교를 연결하는 7.8㎞ 대나무 숲길이다. 왼쪽으로는 대나무숲이, 오른쪽으로는 강이 펼쳐진다. 시원한 풍광과 상쾌한 공기에 걷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순례길을 빠져나와 원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풍경들도 꼼꼼하게 담았다.

이렇게 18개 시군 25곳을 6개월간 돌아다닌 발품이 고스란히 책에 배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여행의 참맛은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거창함이 아니라 소소함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면, <경남 동네여행>을 따라 가보는 것도 좋겠다. 경남도민일보. 268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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