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는데, '피할 수 없다면 차선책이라도 찾으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누구나 힘든 한 해였지만, 힘든 강도는 조금씩은 달랐으리라. 나 역시 일과 개인사 모두 '코로나 우울'에서 최선책을 찾으려 했다. 3월에 코로나가 쓰나미로 덮칠 때는 사교육업체 지사장으로서 원장님들의 교실 운영을 챙기느라 고군분투했다.

대안이 온라인 전환 수업이었다. 독서논술업체로서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가는 상황에서 집에서 책은 읽게 했다. 오히려 책을 읽을 기회이기도 했다. 소수 인원으로 시간제한 없이 할 수 있는 스카이프를 선택했는데, 처음 해 보는 방식이라 아이들도 재미있어했다. 주 1회 수업을 주 2회로 늘리면서 1회는 화상 수업, 1회는 아예 책 읽기 시간으로 활용했다. 화상 수업 중, 각자 집에서 책을 읽으니 독서 집중도도 높았다. 본사에서는 사이트에서 아이들이 글 쓰고, 교사가 첨삭할 수 있도록 사이트 개편도 했다. 지사 소속 원장님들 교육과 미팅은 밴드 라이브와 줌 화상회의로 대체했고, 지사와 본사 각각 원장님들에게 교재비 할인도 해 주었다. 그런 와중에 정부와 교육청의 소상공인 지원금은 가뭄에 단비를 뿌려주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시국에 갱년기 증상까지 겹쳐서 더 힘들었다. 여기저기 병원 검진을 해도 문제는 없었기에, 주말에는 며칠씩 가톨릭 수도원에서 피정을 했다. 피정하는 인원은 3~5명 수준으로 식사 때도 사회적 거리 두기보다 더 떨어져 앉았다.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 곳이라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곳이다. 평소에는 햇볕 보며 걷기, 스쿼트로 꾸준히 운동도 하니까 지금은 심신의 활력도 되찾았다.

일상도 집콕으로 영화감상과 독서로 대체했다. 업무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건 계속해 왔는데, 개인적인 만남이나 모임이 거의 없다 보니, 고립되는 느낌이 들 때면 톡과 전화로 소통하며 지냈다. 이럴 때일수록 감사할 일도 찾았다. 종합학원 원장님들에게 독서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것, 햇볕 보며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등이다. 어떤 경우에도 각자의 여건에서 최선으로 살아남는 법을 찾는다면 또 차선책의 숨구멍은 찾을 수 있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의지만 있다면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생존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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