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도내 작가들, 기후 위기·자연 파괴 등 조명 활발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해 하반기에도 지역 작가와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들이 꾸준하게 나왔다. 우연인지 대부분 환경과 생태에 초점이 맞춰졌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아이들과 함께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주제다.

◇<잘 가, 석유시대> = 하동에 있는 상추쌈 출판사가 지난해 8월에 낸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대안 에너지 교과서란 부제가 달렸다.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해리엇 러셀이 그리고 적었다. 가로 22㎝, 세로 31㎝ 큰 판형에 아이들이 재밌어할 그림으로 화석 연료의 종말과 대안 에너지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원유가 어떻게 자연에서 생겨나고, 원유로 어떻게 석유를 만드는지, 석유가 어디에 쓰이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과 풍력, 지열, 태양열 등 다양한 대안 에너지를 소개한다.

"지금처럼 석유를 많이 써서는 안 돼. 석유가 점점 바닥나고 있거든. 환경을 위해서도 그래. 석유나 다른 화석연료를 태우는 건 해롭지. 이산화탄소도 엄청 내뿜어. 우리가 사는 지구에 아주 나빠. 그렇다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는 얘기야. 자동차 타는 일을 줄이고, 다른 탈것이 있는지 찾아봐야 해. 자전거랑 롤러 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튼튼한 두 발, 말이나 코끼리, 낙타… 다른 거 뭐 떠오르는 거 있니?"

상추쌈. 36쪽. 1만 8000원.

◇<마름모 화가와 반쪽이 소나무> = 2019년까지 경남아동문학회장을 맡았던 최영인 동화작가가 지난해 10월 낸 생태 환경 동화집이다. 사람들로 파괴된 자연이 이제 더는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 중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을 도깨비들이 골려주는 '세상에 이런 일이!'를 재밌게 읽었다. 도깨비들은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를 땅속에 묻고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채소와 과일이 열리게 한다. 사람들은 갑자기 화단에 커다란 채소들이 열리자 신이 나서 수확을 한다. 그런데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대왕 과일을 잘라 보았어요. 구겨진 종이컵, 깨진 유리컵, 빈 요구르트병, 떨어진 양말 한 짝, 녹슨 면도칼…, 커다란 대왕 과일에서 온갖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이렇게 직접적이진 않아도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비나 지하수, 아니면 저 먼바다 물고기 뱃속에 쌓였다가 원양어선에 잡혀 결국 우리한테 돌아온다. 그래서 자꾸만 곱씹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고래책빵. 90쪽. 1만 1000원.

◇<밀밭 너머 나비를 찾아> = 지난해 10월에 나온 이 책은 임신행 원로 아동문학가의 동화다. 2006년 원고를 의뢰받고 이제야 출판을 했으니 15년 세월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외딴 섬 아이 서현이와 친구 영아가 주인공이다. 서현이 부모님은 뭍으로 일을 하러 가고 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지낸다. 할아버지는 중학교, 할머니는 초등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정년퇴직한 교사 부부다. 책 속에서 아이들은 섬 마을 주변으로 펼쳐진 자연 속에서 신나게 뛰어논다. 그 모습을 노부부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어린나무를 보아라. 어린나무는 서현이 너다. 이 고목은 할아버지, 할머니다. 넌, 부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너와 이웃을 돌보는 바른 사람이 되거라."

다소 교훈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자연 속에서 노는 일이 학원이나 텔레비전, 오락 게임기나 스마트폰보다 유익하다는 작가의 생각에 완전히 공감한다.

해성. 52쪽. 1만 원.

◇<풀꽃은 왜 자꾸 말을 걸어올까> = 지난해 11월 나온 박미정 아동문학가의 동화다. 박 작가는 우리나라 1호 구연동화작가로 불린다. 동화를 구연하는 게 아니라 구연동화 자체를 창작한다. 이번 책은 2019년 발행해 지난해 우수환경도서에 선정된 구연동화집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이들이 동화를 읽으며 자연스레 생태환경 감성을 키울 수 있다. 작가는 풀꽃 같은 작은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한다.

"땀을 더듬는 살갈퀴의 여린 덩굴이 얼마나 열심히 숨 고르기를 하는지 들어 보아요. 애기똥풀이 노란 수술에 도드라지게 푸른 암술 1개를 만들 때까지 얼마나 긴 호흡을 했을까요? 논두렁, 밭두렁에 흔한 주름 잎의 수술이 서로 꼭 안고 한 해를 사는 동안 얼마나 단장할까요?"

책 속에 나오는, 보리밭을 사랑하며 노을을 보며 행복해 할 줄 하는 타조, 가시가 아닌 찔레꽃의 기품 있는 향기를 알아본 박새, 병아리가 죽어 다시 태어난 복수초 이야기는 그런 귀 기울임 속에서 태어난 거겠다.

책과 나무. 120쪽. 1만 2000원

◇<느낌표 물고기> = 지난달에 나온 이 책은 이원수문학관 사무국장인 장진화 시인의 동시집이다. 느낌표가 나오려면 물음표를 먼저 던져야 한다. 시인이 던진 무수한 물음표가 때로 화사하고 때로 애잔하고, 때로 앗 하고 감탄하게 되는 동시로 돌아왔다.

"머리는 커/ 몸매는 어떻고/ 배불뚝이에/ 다리도 없어/ 팔은 없거나/ 있어도 장식용이야 /정말 비호감이지/ 그런데 다들 좋아해// 야! 눈사람/ 너 비결이 뭐야?"('인기 비결' 전문)

"바닷가 긴 빨랫줄에/ 오징어 로켓들// 줄줄이/ 발사 대기 중이다// 짠물 훌훌 털고/ 하늘 멀리 날아가려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10/ 9/ 8/ 7/ 6/ …"('우주여행' 전문)

"일하러 간 엄마가/ 냉동실에 넣어둔 공기밥// 밥알 꽁꽁/ 입맛도 꽁꽁// - 혼자 먹게 해 미안해/ 잘 챙겨 먹어// 전화기 너머/ 엄마 목소리// 얼어붙은/ 밥알 살리는/ 전자레인지 대신/ 내 마음 살리는/ 엄마 목소리"('엄마 목소리' 전문)

소야 주니어. 112쪽.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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