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활동 지원 걸음마 수준
서울·대구·부산 등과 격차
시혜적 지원 인식 큰 문제
예술인 성장과정 지원 중요

지난 2019년 '경상남도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가 시행됐다. 조례안에 따르면 도지사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 필요한 경우 장애인문화예술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광역지자체와 비교하면 장애인 예술활동 지원은 걸음마 수준이다. 부산, 광주는 장애예술인 실태조사를 이미 진행했고 서울, 부산, 대구 등은 장애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가활동 TV 시청이 유일 = 도내 장애인이 많이 하는 문화·여가활동은 무엇일까. 지난해 발표한 경남연구원의 '경상남도 장애인 실태조사 및 장애인단체 지원체계 개선 연구'를 보면 지난 1개월 동안 참여한 문화 및 여가활동을 묻는 말에 텔레비전 시청이 94%에 달했다. 텔레비전 시청을 제외한 다른 문화생활은 전무한 상태다. 도내 장애인의 문화·여가활동 지원사업 참여비율은 전국 17개 지자체 중 가장 낮다. 전국 평균은 37.8%로 경남은 17.2%p나 낮은 20.6%에 불과했다.

경남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설문조사 결과 문화 및 체육활동 지원에 대한 요구가 5점 중 3.92로 높게 응답됐다"며 경남 장애인의 예술활동 및 창작활동 지원과 장애청소년과 청년들이 예술적 상상력을 키우는 예술창작공작소 설치를 제안했다.

◇'장애인' 아닌 '예술가'로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도 행복추구권이다. 부산문화재단이 2018년 말 발표한 '부산 장애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예술인 81.7%가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하고 69.1%가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장애예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의 벽은 높았다. 장애예술인은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비장애인의 차별적 인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했다.

즉 시혜적이거나 보호적인 관점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고 예술가로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도내 처음으로 장애인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정지선(39) ㈔희망이룸 대표는 "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 장애인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불편했다"며 "길을 가다가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흰 지팡이를 손에 쥔 사람들을 지나치지 않고 다시 한번 곁눈질로 흘끔 쳐다보는 그 시선이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배인선(58)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 경남협회장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전국 장애·비장애인 문화예술경연제를 진행한다. 배 회장은 "장애인이 그림을 그리고 공연한다는 걸 보여주고 장애인에게 예술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생애주기별 프로그램 필요 = 경남에 장애예술인이 활발히 활동하고 예술인을 꿈꾸는 장애인이 많아지려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할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를 살펴보면 장애예술인 관련 전문 예술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4.5%로 높게 나타났다. 예술활동에 필요한 지원으로는 절반 이상(66.3%)의 응답자가 창작기금·수혜자 확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장애인이 문화예술활동을 하게 된 경로는 대부분이 복지관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취미가 아닌 업(業)으로 하려면 복지관을 넘어 평생교육 차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이 어린 나이부터 예술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

정 대표는 경남에 '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유형은 15가지가 있고 유형별 장애의 특성과 교육도 다르다"며 "뛰어난 장애예술인을 육성하려면 재능있는 장애아동과 청소년이 문화예술에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장애예술인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장애인이 교육·활동을 통해 예술인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이 중요하며 한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최소 3~4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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