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중대재해를 발생시키는 주체를 '기업'으로 명확히 하고자 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해 빼버렸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것은 의미가 있으나 산재 사망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업계 요구를 대폭 수용한 법안을 제출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로 조정하면서 애초 제출된 법안에서 대폭 후퇴해 껍데기만 남았기 때문이다.

산재 사망자의 24%를 차지하고, 법의 보호가 가장 절실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들이 사업장을 쪼개서 법망을 벗어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3년간 유예한 것도 법 제정 취지를 외면한 것이다. 또한 징역형 하한선이 1년으로 낮아지고, 처벌 대상에서 원청 기업(발주처)이 제외되고, 처벌되는 경영책임자가 '대표이사 또는 안전업무책임자'로 정의되어 실질적인 경영 총 책임자가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형사상 인과관계 추정 조항 삭제, 법인 처벌 시 매출액 기준 규정 삭제,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상한 축소와 하한 삭제 등도 입법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10년째 OECD 산재 사고 사망률 1위 오명을 쓰는 주된 이유는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의 터무니없이 낮은 벌금 선고액과 낮은 형사처벌 때문이다. 사망한 노동자 1명당 450만 원 수준이고, 산재 사고에 대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벌금형이다. 산재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든 그 위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을 개정하여 과징금과 벌금을 매출액에 비례하여 산정하고, '처벌 하한선'을 두어 기업 경영자들이 위기의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영국이 보건안전청 안전감독관에게 기소권까지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안전감독관에게 기소권을 부여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건설업에서 추락에 의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영국의 '시공자배려계획(CCS)'과 같은 건설회사 공동의 비영리조직을 만들어 건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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