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정문서 추모제

지난 8일 낮 12시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열사특별위원회 주최로 '배달호 열사 18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한파를 뚫고 노동자 2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앞두고 열린 추모제에서 노동자들은 지난 18년간 노동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성배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장은 추모사에서 "배달호 열사가 그토록 원하던 세상은 남은 자들의 무관심과 무너진 조직력에 의해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며 "매일 6명 이상, 1년에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는 세상, 비정규직 철폐·생존권 사수·고용안정을 울부짖는 게 21세기 노동자 계급이 겪는 참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이어 "코로나발 위기 속 국가·자본의 민낯을 똑똑히 보았다"면서 "노동권은 유린당했고 정리해고·휴직·휴업 등 갖가지 방법에 노동자는 거리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픔의 역사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냉철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8일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정문에서 배달호 열사 18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배달호 열사는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노동자광장에서 노조에 벌인 손해배상 청구와 재산 가압류 등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8일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정문에서 배달호 열사 18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배달호 열사는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노동자광장에서 노조에 벌인 손해배상 청구와 재산 가압류 등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지난해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이 겪은 고용 위기가 올해 모든 노동자에게 닥쳐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생산·사무직 노동자 250여 명은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5월 휴업에 들어갔다가, '부당휴업' 판정을 받고 12월 조기 복귀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산업 전환기라고 일컬어지는 이 시대, 자본과 권력은 코로나 정국을 이용해 예행연습을 제대로 했다"면서 "올해 본격적인 산업 재편에 들어갈 것인데, 이는 노동조건 후퇴·고용 불안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한국산연·지에이산업 노동자 등이 부당한 청산·해고에 맞서 거리를 헤매고 있다"며 "노동자 죽음을 막자고 노력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누더기법이 될 예정이다. 18년 전 죽음을, 그 이전의 실천을 되새기고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고 배달호 노동자는 지난 2002년 두산중공업 파업투쟁에 참여해 구속됐고 재산·임금을 가압류당했다. 그는 2003년 1월 9일 노조 탄압에 대한 절망감과 손해배상 가압류 등 고통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두산중공업 민주광장에서 분신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0살이었다. 이를 계기로 손배 가압류 문제가 전국적인 노동 쟁점이 됐다. 두산중공업은 개인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취하하고 일부 해고자를 복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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