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 수목원 조성지 선정
시 "산림청서 사업 대체 약속"
지역 야권 "여론 무마용" 비판

거제시에 국립난대수목원 대체 사업으로 들어설 예정인 '한·아세안 국가정원'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거제시는 새해 들어 산림청에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청하는 등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역 야당에서는 난대수목원 유치 실패를 포장하려는 물타기라며 거제시장 사과를 촉구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말 '국립난대수목원 타당성 및 기본 구상 연구 용역' 결과 난대수목원 조성 대상지로 전남 완도를 최종 선정했다. 완도와 함께 유치 경쟁을 벌인 거제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대체 사업을 제안했다.

경남도와 거제시는 이 대체 사업이 한·아세안 국가정원이라고 밝혔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에서 채택된 산림 관리 협력 방안 가운데 하나다.

산림청 용역 결과를 요약한 보고서를 보면 완도는 국립난대수목원으로 조성하고, 거제는 난대형 국가정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경남도와 거제시는 이 난대형 국가정원을 한·아세안 국가정원이라고 사례를 들어 소개한 셈이다.

이후 지역 일부에서 난대수목원 유치 실패를 두고 다른 성과를 얻은 것처럼 포장해 발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동안 거제시가 정책적으로 유치를 추진한 것은 난대수목원이지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거제시는 난대수목원을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범시민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유치 결의대회와 대대적인 서명운동 등을 펼쳤다. 경남도도 적극적으로 유치 지원에 나섰다.

이처럼 공을 들인 난대수목원이 완도로 결정되자 한·아세안 국가정원으로 여론을 달래려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거제시는 지난 8일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고 한·아세안 국가정원과 관련한 내용과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변광용 시장은 회견에서 "7일 산림청을 찾아 박종호 청장과 면담하고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 향후 일정과 산림청 입장·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산림청장은 연구 결과에 거제시 국가정원 조성이 명확히 담겨 있기에 별도 공모 절차는 거치지 않을 것이며, 대상지를 거제로 확정하고 절차를 추진 중임을 확인해주었다"라고 말했다.

또 "산림청에서는 한·아세안 국가정원 추진을 위해 올해 10월까지 용역을 거쳐 국가정원 추진 방향 및 사업 규모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라며 "2022년에는 한·아세안 국가정원 기본 구상 및 타당성 평가 용역을 시행해 더 세부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소속 거제시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변 시장에게 난대수목원 유치 실패에 따른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립난대수목원이 전남 완도로 결정되자 아직 검토조차 해 본 적 없는 한·아세안 국가정원을 노력해 유치한 것처럼 포장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는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불신감이 높아진 시민 여론 무마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제시장은 난대수목원 유치 실패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진정성 있게 사과부터 선행해야 한다"며 "산림청이 주도해 추진하는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성과인 양 즉흥적으로 해석해 발표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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