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협 홍보 덕 판매 늘었으나 낮은 상품성에 소비자 비판 봇물
군 "첫 일반 판매인데다 계절특성 설명 부족 인정…안내에 만전"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로가 막힌 함안 겨울수박 재배농민을 돕고자 연말연시 수박 사주기 운동이 벌어졌으나 일부 가정에 덜 익은 수박이 배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함안군과 판매조합 측이 이의를 제기한 소비자에게 환불이나 재배송 등 조치에 나섰지만 자칫 함안수박 명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함안은 전국 겨울수박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수박주산지로, 지역 주민의 대표적인 겨울철 소득원이다. 겨울수박은 보통 설 제수로 판매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흥업소 등 주류를 판매하는 곳이 소비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점 등이 문을 열지 못하면서 소비처가 막혀 겨울수박 가격이 폭락해 재배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농민 처지를 고려해 함안군과 경남농협 등은 수박 사주기 운동을 펼쳤으며,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겨울수박 사주기로 어려운 농민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달라"며 수박 판매처와 함께 <경남도민일보> '판로 막힌 수박 폐기처분 위기' 기사를 링크했다.

군 농업기술센터는 김 지사의 이런 노력 덕에 지난 1∼4일에만 2500통의 수박 주문이 이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서 사달이 났다. 김 지사 게시글에 곧바로 함안수박에 악영향을 미칠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기 때문이다. '김경수 지사께서 구매 독려를 해 가족들 것까지 몇 통을 주문해 돌렸는데, 이게 뭐냐는 소리만 들었다. 수박이 아니라 박'이라며 덜 익은 수박이 배송됐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한 맘 카페 회원들도 배송된 수박 상태를 공유하고 불만을 터트렸으며, 함안군 공무원도 덜 익은 수박이라 버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겨울수박 시설하우스. /경남도민일보 DB
▲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겨울수박 시설하우스. /경남도민일보 DB

사태가 엉뚱하게 확산하자 군은 부랴부랴 진상 파악에 나서 이번 '수박 사주기'에 동참했다 불만을 제기한 사람은 14명으로 확인했다. 그러면서 재배송 등과 함께 겨울수박은 색감이나 당도가 여름수박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알리고 이해를 구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판매된 2500여 통 중 클레임이 들어온 14통만 문제가 있는 수박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 많은 소비자가 '먹을 수 없는 수박'을 받고도 아무런 대응 없이 함안수박에 대해 나쁜 인상만 가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 주문자를 대상으로 함량 미달 수박이 배송됐는지 확인 전화를 해볼 필요가 있었지만, 군은 이런 해결방식에는 부정적이었다. 자칫 확인 전화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이후 배송되는 수박에는 안내문을 동봉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수박을 배송했던 조합 측은 안내문에서 '먼저 수박상태를 확인하고, 파손 등의 문제가 없다면 잘라 수박 속을 확인하라'고 했다. 겨울수박 특성상 덜 익은 수박이 간혹 있을 수 있으니 먹어 보고 섭취 불가할 정도의 문제가 있다면 문자를 보내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애초 소비자 입장에서 안내문을 준비했더라면 함안수박 이미지를 걱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안문준 원예유통과장은 "겨울수박을 일반소비자에게 판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미숙한 점이 많았다"며 "겨울수박은 온도가 낮고 일조량이 적어 여름수박보다 당도와 색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려 함안수박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은 없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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