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경남 서부·중부지역 일대에 눈이 오면서 7일 오전 곳곳에서 도로가 결빙돼  배달노동자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점심시간만이라도 배달주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 15분께 창원시내 도로는 쌓인 눈 일부가 얼어붙어 미끄러운 상태였다. 이륜차를 직접 운행해 본 결과, 감속주행을 할 때마다 자체가 균형을 잃어 정상적인 운전이 거의 불가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큰 길은 조금씩 녹기 시작했지만, 골목길(이면도로)에 쌓인 눈은 그대로였다. 이날 도내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영하일 것으로 예상돼 눈이 녹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창원시내 일부 배달대행업체들은 대행서비스를 일시 중지했다. 하지만 운행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업체들도 있다. 

창원시내 한 배달대행업체 대표 ㄱ 씨는 "기상상황을 보고 새벽 4시쯤 운행을 중단했는데, 요식업소 가맹점들의 불만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는 정상적으로 운행하는데 왜 시스템을 닫았느냐는 문의다. 

창원시내 배달대행업체 규모는 80여 개가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천후 시 각 업체 관리자들이 상황을 공유하며 중단여부를 의논하기도 하지만, 결국 결정은 각각의 지사 몫이다. ㄱ 씨는 "차라리 계속 눈이 오면 운행 중단 명분이 있는데 아침에 그쳐버린 지금 같은 상황이 가장 애매하고 난처하다"며 "점주들은 배달대행 재개을 요구하지만, 아직 곳곳의 도로가 얼어 있는 지금은 배달노동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께 배달의 민족 앱을 열어보니, 일부 상점들은 선택이 안되는 반면, 주문이 가능한 곳도 상당했다. 이런 곳들은 계약을 맺은 대행업체가 운행을 계속하는 곳이다. 이럴 경우, 몇몇 업체에 배달 일이 몰리게 되고, 한정된 숫자의 배달노동자들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 눈길에 스스로 넘어져 다치면 치료비·차량수리비를 전부 혼자서 해결해야 해서다. 

ㄱ 씨는 "오늘 배달을 재개할 수 있지만, 만약 다치는 노동자들은 다음날부터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악천후 때는 배달앱에서 주문을 막는 등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봉규 라이더유니온 경남지부장은 "경남지역은 수도권만큼 눈이 많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배달노동자 출근을 요구하고, 노동자 개개인이 안전을 이유로 거부하면 불이익을 주는 일도 있을 것"이라며 "어제 수도권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은 일찍 배달을 중단했지만 쿠팡은 운행을 계속해 라이더들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악천후 때 오히려 배달수요가 늘어나는 게 사실인데, 소비자 분들도 배달노동자 안전을 위해 폭설이나 폭우가 올 때는 가급적 주문을 자제하거나, 배달지연이 생기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지방기상청은 7일 새벽 거창군·함양군·하동군에 대설주의보를 내린 바 있다. 눈구름은 경남 서부에만 머물지 않고 중부·동부지역 곳곳에도 눈을 뿌렸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도내 지역 주요 적설량은 하동 4.7㎝, 함양 4.5㎝, 거창 3.4㎝,  함양 1.9㎝,  밀양 1.6㎝,  거창 1.4㎝,  의령 0.9㎝,  함안 0.8㎝, 합천 0.7㎝,  김해 0.6㎝,  북창원 0.6㎝, 산청 0.4㎝,  하동 0.2㎝,  합천 0.2㎝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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