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시절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꿈 많고 추억 많은 시절을 떠올린다. 나의 여고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와 단식농성, 해직 과정 속에 입장이 다른 선생님들과 학우들, 전교조 선생님을 지키려는 여고생들의 몸부림이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슴 짠하게 슬픔과 아픔이 밀려온다. 징계와 해직되기 전 전교조 선생님들은 우리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분들이었다. 전교조 선생님들의 수업 시간은 온통 신나고, 너무 새로운 것들이라 혼란스러웠지만 진지하게 수업을 받았다.

그때 사회 시험 문항 중 이런 것이 있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을 두고 서양사람들이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도둑질을 하는 경찰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름방학 숙제 중 전태일 평전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등 참으로 특이한 선생님들이셨다.

나의 여고 시절은 사회에 대한 새로운 공부를 하며 사회, 정치, 경제 전반에 대해 근현대사와 한반도 역사에 대한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고 인간에 대한, 노동에 대한 참다운 철학을 세워 가는 시기였다. 어쩌면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진지하게 토론하고 세상을 비판하며 우리가 나갈 사회생활을 그렸던 그 시절이 나에게 가장 치열했던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 시절 배움과 토론, 사색은 지금도 나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마산여상을 졸업하고 일본 자본의 자회사 한국산연 공장에 입사를 했다. 배운 대로 불합리한 현장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조를 바로 세우고 동지들을 조직하고 투쟁하는 삶을 선택했다

투쟁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권리도, 인간의 존엄성도 찾을 수 없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25년을 일본 자본과 투쟁 중이다.

30년도 더 지난 전교조 해직 교사에 원상회복 역시 너무도 당연하고 대통령이 약속까지 한 것이지만 아직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전교조 해직 선생님들의 원상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빠르게 제정되어 모진 세월 고통받았던 삶과 투쟁을 따뜻이 격려하고 존경과 위로를 함께 드려야 할 시간이다.

하루빨리 전교조 해직 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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