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서식, 자연생태 가치 증명
산악열차 조성 추진하는 현실 안타까워

하동군 화개면과 악양면을 가르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하동 형제봉. 지리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형제봉과는 동명이산이다. 하동 형제봉과 첫 인연은 9년 전이다. 등산이 유일한 취미였던 그때에 하동 형제봉의 전망이 좋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홀로 올랐다. 악양면에 있는 한산사 인근 등산로 입구인 외둔주차장을 출발해 가파르지 않은 능선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넓게 펼쳐진 평사리 들판과 남해로 이어진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힘든 오름을 보상이라도 하듯 멋진 장관이 내내 펼쳐졌다. 구름다리가 있는 신선대를 지나 능선 한쪽 경사면을 가득 채운 철쭉꽃 지대는 또 다른 장관이었다. 이곳을 지나면 성제봉 바로 앞에 해발 1117m의 형제봉이 나온다. 사면을 조망할 수 있는 형제봉에서 북쪽으로 1㎞ 남짓 가면 1000m가 넘는 산 정상부에서 보기 드문 들판처럼 너른 형제봉활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유명한 곳 중의 하나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무척 좋아한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의 전체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어서다.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광양 백운산의 전망은 덤이다. 이곳에 매료돼 자주 찾았다. 지인들을 데려오기도 했는데 사방으로 펼쳐진 멋진 전망에 감동했다.

얼마 전 하동 형제봉 일대에서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 한 쌍이 영상에 잡혔다. (사)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이 설치한 무인센서 카메라에 촬영된 것이었다. 형제봉 일대에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흔적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영상으로 찍힌 건 처음이어서 의미가 컸다.

이들 단체가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와 영상을 분석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수컷 한 마리는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자연 출생한 개체였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위치추적 발신기가 발견되지 않아 지리산에 원래 살던 야생 반달가슴곰일 것으로 추정됐다는 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조사에서도 4∼5마리의 반달가슴곰이 매년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형제봉 일대가 오래전부터 반달가슴곰의 서식지였다는 환경단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형제봉 일대의 자연생태가 잘 보존됐다는 것을 방증해 준다. 형제봉 일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다.

이처럼 형제봉 일대의 반달가슴곰 서식이나 자연생태가 뛰어나다는 것은 하동군민들조차도 잘 몰랐던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리산 자락인 화개면과 악양면 청암면 일대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을 조성하는 하동군의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사업 추진으로 알려졌다고 볼 수 있다. 환경단체가 사업 반대의 가장 큰 이유로 반달가슴곰 서식 사실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동 형제봉의 생태·자연적인 가치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개발의 중심에 선 하동 형제봉의 현실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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