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면 돈 번다' 인식 팽배
투기 열풍·집값 상승 부채질
"핀셋 규제, 풍선효과만 야기"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관건

지난 한 해 동안 경남을 비롯한 전국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24차례 부동산 정책이 추진됐는데도, 집값 안정화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집값이 급등하는 이유 중 하나는 '투기' 때문이다. 투기는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앉아서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어떻게 하면 여러 사람이 조금이나마 집값 걱정을 덜 하고 살 수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집을 사고팔아 돈을 번다'는 뿌리 깊게 박힌 인식이다. 이 인식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바꾸느냐가 중요하다.

◇사 놓으면 번다?! = 김모(44·창원) 씨는 지난가을 한숨을 달고 살았다. 빚을 내 살던 창원시 의창구 중동 아파트를 지난해 봄에 팔았는데 가을쯤부터 2배 가까이 오른 소식을 들어서다. 김 씨는 "억대 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잠 못 이룰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모(33) 씨는 살던 아파트값이 올라 지난 9월에 팔고 신규 분양 아파트를 샀다. 7000만 원 정도 차익을 남겼다. 김 씨와 정 씨 사례를 보면 '부동산 불패'로 볼 수 있다.

사는(住) 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집을 또 사는(買) 가구는 점점 늘고 있다. 2019년 기준 전체 2034만 가구 가운데 15.5%(316만 가구)는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가구다. 1주택 가구는 40.7%(828만 가구), 무주택 가구는 43.6%(888만 가구)다. 2015년과 비교하면 다주택 가구는 1.3%포인트 늘어났고, 1주택 가구는 1%포인트 줄었다. 무주택 가구는 0.4%포인트 감소했다.

집을 사놓으면 '어쨌든 번다'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학계는 부동산 투기 광풍이 박정희 정권 때 시작됐다고 본다. 1963~1977년 강남 개발로 서울시 땅값은 87배, 강남은 176배나 올랐다. 땅이나 집·건물을 갖고 있으면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퍼졌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강남개발> 논문에서 "농지개혁 후 1960년대 전반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를 차지했던 수많은 소농과 그 후예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자발적인 근로 의욕과 창의력, 높은 저축열, 뜨거운 교육열과 학습열, 이윤을 노린 모험적 기업가 정신과 같은 것이었다"며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은 국민 대다수가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 열풍에 휩쓸리며 부동산 불패 신화를 신봉하고 강남을 부러워하는 몹쓸 탐욕의 땅으로 바꾸어 버렸다"고 진단했다.

▲ 창원시 의창구 천주산에서 바라본 대규모 아파트단지 창원중동유니시티(오른쪽)와 주택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창원시 의창구 천주산에서 바라본 대규모 아파트단지 창원중동유니시티(오른쪽)와 주택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지난해 전세난과 초저금리로 풍부해진 자금 유동성 등이 맞물려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기와 추격 매수가 잇따랐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는 1월 3억 2085만 원에서 12월 3억 4134만 원으로 6.38%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8.07%(3억 6679만→3억 9641만 원) 올랐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 지금이라도 사야겠다는 수요는 더 커졌고, 거래량은 급증했다. 지난해 1~11월 주택 매매거래(113만 9024건)는 2019년(80만 5272건)보다 41.4% 증가했다. 특히 20대(49.6%)와 30대(46.3%)의 매매 거래가 늘었다.

이와 관련해 만 18세 이상 1004명에게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을 닮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20대의 70.5%, 30대의 58.3%, 40대의 57.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50대(43.3%)와 60대 이상(30.2%)의 그렇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이 여론조사는 <국민일보>와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지난해 12월 21~22일 진행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줄여야 =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지 않으면 사는(買) 집이 아닌 '사는(住)' 집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은 점점 커지고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지난해 <부동산이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부동산 불로소득(시세차익으로 발생한 실현 자본이득+순임대소득)을 327조 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또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불로소득 차단이 우선이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를 위해 주택 공시가격에 시세 반영률을 높여 재산세(보유세)를 높이는 대책을 내놨다.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9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집을 가진 이에게 많은 세금을 내게 하겠다는 취지다.

또 종합부동산세 세율,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적용비율 등을 인상하기로 했다. 더불어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을 45%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재산세 인상분은 3년간 특례를 적용해 부담을 완화해주고, 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올렸으나 애초부터 대상자가 극소수인 점 등은 '찔끔 증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양도소득세도 부동산을 매각해 자본이득이 발생했을 때만 부과하는 세금이어서, 소유자가 팔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전강수 교수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보유세·취득세·양도소득세 등 세금 강화 접근은 결국 핵심을 바꾸지 않은 '핀셋' 방식"이라며 "변칙은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핀셋 규제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신임 장관은 후보자 때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을 위해 보유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당시 "주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재화이기에, 투기 대상이 됐을 때 사회적 비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어 투기수요 근절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