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곳 발달장애아 가정서 시작…주민-장애인 문화 활동 마련
장애인 주도 도시양봉 사업…생물 다양화·자연보전 효과

"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사회적기업 '비컴프렌즈'(대표 김지영)는 지역에서 지속적인 삶을 그리는 '발달장애인 도시양봉 공동체'를 꿈꾼다. 생태적 가치를 담은 '도시양봉'과 사회복지 개념인 '발달장애' 모두 선뜻 접하기 쉽지 않은 말이다. 게다가 사회적기업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듣노라면 고개마저 갸웃거리게 한다.

'꿀벌'(Bee)과 '소통·공동체'(Communication·Community), '친구'(Friend)라는 의미를 담은 '비컴프렌즈'(BEECOMM FRIENDS) 출발은 발달장애아 다섯 가족 모임에서다. 2017년 양산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 가족이 만나 고민을 나누다 만든 '뭐든학교'(대표 박유미)는 '경계'를 허무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지역주민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벼룩시장, 영화 보기, 책읽기 등에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을 놀이터에서 운영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도시재생 마을공동체활동인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에 이어 인근 오봉초등학교 옥상에 양봉장을 마련해 학생·주민과 함께 도시양봉의 생태적 가치를 알아가는 마을학교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뭐든학교 박유미(왼쪽) 대표와 비컴프렌즈 김지영 대표. /이현희 기자
▲ 뭐든학교 박유미(왼쪽) 대표와 비컴프렌즈 김지영 대표. /이현희 기자

'뭐든학교'가 지역과 함께 공동체 활동을 펼치는 역할을 맡았다면 '비컴프렌즈'는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으로 '도시양봉'이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채용해 비누, 립밤, 꿀 스틱, 병꿀 등 벌꿀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도시양봉 가치를 지역사회에 알리는 교육사업이 주된 일이다. 2017년 말 양산시 사회적기업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비컴프렌즈는 다음해 3월 법인을 설립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하나씩 꿈을 현실에 옮겼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지영(51)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도시양봉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도시 어디에서나 발달장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믿음이 생겼다"며 "많은 이들이 발달장애인 자립을 말하지만 대부분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이라 장애인 스스로 매력을 느낄 새로운 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도시양봉에 필요한 꿀벌 수를 늘리려면 꽃밭을 늘려야 하고, 늘어난 꽃밭은 꿀벌뿐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과 새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결국, 도시생태계를 복원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환경을 되돌려주는 선순환은 생태적 가치 못지않게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며 사는 공동체 정신을 잘 드러낸다. 여기까지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처음 갸웃했던 의문은 느낌표로 변했다.

▲ 비컴프렌즈는 도시양봉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공동체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비컴프렌즈
▲ 비컴프렌즈는 도시양봉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공동체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비컴프렌즈
▲ 뭐든학교에서 운영하는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은 장애·비장애 경계를 허물고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컴프렌즈
▲ 뭐든학교에서 운영하는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은 장애·비장애 경계를 허물고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컴프렌즈

김 대표는 "현재 발달장애인 20대 청년 3명과 사회복지사, 마케팅 업무 담당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며 "장애인 직원은 모두 상북 희망학교 추천을 받아 공개채용하고 이들이 상품 제작은 물론 도시양봉 교육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발달장애아 부모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업체 등에서 자녀를 위한 자립에 목표를 둔 것과 달리 '비컴프렌즈'는 처음부터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는 기업으로 방향을 달리했다.

더불어 이들이 오봉산 자락 아래 마련한 건물은 독립적이되 어울려 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3층 건물에는 지역주민과 함께 전시·공연 등을 즐기고 제품을 판매하는 '오봉살롱'을 1층에 두고, 2·3층에는 '호우시절'(好雨時節)이라는 이름을 붙인 주거공간이 있다. 지금은 두 대표 가족이 살지만 앞으로 발달장애인 8명가량이 자립할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오봉살롱이 마을 사람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이라면 호우시절은 이곳에 사는 장애인이 좋은 비처럼 공간과 마을에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며 "모든 발달장애아가 부모가 없어도 시설에 가지 않고 이들을 잘 이해하는 마을과 함께 도시양봉가로 일하며 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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