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혜, 사회 독 정화하는 흙과 같아
땅 병들게 하는 정치 독선 응징받게 돼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흐르다가 낮은 구덩이나 구멍을 만나면 반드시 구덩이를 채우고 구멍 끝까지 다 메꾼 다음 평평하게 한 뒤에 다시 흘러간다.

가다가 흙탕을 지나고 독극물 섞인 더러운 곳을 만나기도 한다. 피하지 않고 다 쓸어안고 흐른다.

흘러가면서 천천히 흙 속으로 스며들어 땅속 깊은 곳까지 닿아 지하수로 보태지기도 하고,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풀·나무들의 피 같은 양분이 되어 풀과 나무를 키운다.

이때 물이 스며드는 흙은 물이 머금은 독극물과 썩고 문드러진 것들을 모두 품어 안아 삭혀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두를 새로운 생명으로 바꿔낸다.

마치 온갖 슬픔과 괴로움을 모성으로 껴안고 삭혀내어 자식들의 허물과 상처를 치유하여 세상에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과 잎 같은 존재로 사랑받게 하시는 어머니 마음 같기도 하다.

그래서 대지를 어머니의 땅이라 했다.

법(法)은 '물(水)'이 '흘러가는(去)' 것을 상징하여 만들어진 글자다.

국가에는 반드시 그 나름의 법(法)이 있어서 국가의 주체인 국민의 삶을 지켜주고, 나아가게 돕는 역할을 한다. 가끔 잘못 만들어진 법이나 운용의 잘못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법도 생길 수는 있다. 그때마다 국민의 정서와 지혜가 잘못된 법을 바로잡고 고쳐서 법 본디의 자리를 정해준다.

법은 오직 국민으로부터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잘못을 용서받거나 꾸짖음을 통해 바로잡게 되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 그런 힘을 국회의원이라는 직분이 대신하도록 한 것이 대의 민주주의다. 이때 국민은 물의 독소를 정화시켜주는 흙과 같다. 흙이 병들어 죽으면 물이 정화되지 못하고, 모든 생명체가 죽는다. 이처럼 국민이 정치의 독선과 욕망으로 상처받고 병들면 법은 독재·전제의 길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 법(法)이 권력이라는 개인 또는 특정 단체나 직급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면 그 국가나 시대는 반드시 병을 앓게 된다. 국민을 분열시켜 상처를 내면 국민의 고유 정서와 지혜가 병들어 죽는 흙처럼 된다.

어떤 직급의 공직자든 법을 권력의 시녀로 삼는 것은 매우 나쁜 짓이다. 반드시 응징받게 된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당장이든 내일이든 백 년 뒤이든.

오직 응징받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만든 독극물, 고독성 농약, 성장촉진을 위한 비료와 영양제 등을 오래도록 사용하면 농토는 병든다. 시멘트·아스팔트를 땅위에 덮는 도시화의 확대는 흙의 정화기능을 죽인다.

생산량 증대와 김매기 노동을 줄이기 위해 비닐로 흙을 덮는 농법은 흙을 질식시켜 대류현상을 막고, 흙 속의 미생물을 죽여 사막화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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