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우월적 지위 이용 소상공인·소비자 부담 가중
공공 협업해 독점 깨기 시도…지역화폐 결제 소득유출 방지

코로나19 상황 속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며 소상공인에게 배달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대부분 소상공인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배달이지만 문제는 배달앱 중개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배달앱의 독점적 우위와 수수료 체계에서 비롯됐다. 배달앱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중개 수수료를 점점 올리면서 경쟁을 유도하는 광고 방식을 도입했다. 소상공인은 매출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에 휘말렸고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전가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소상공인, 배달앱 상생을 위해 다양한 시도도 있다. 소상공인에게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에게도 착한 소비에 동참을 유도하는 공공배달앱을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운영하고 있다. 또 온라인플랫폼, 배달앱 등의 거래 관행 개선을 유도하는 법안도 국회에서 추진 중이다.

◇치킨 한 마리 배달에 드는 수수료는 = 창원시 의창구 한 치킨집의 기본상품 가격은 1만 5000원. 이 치킨을 만드는 데 드는 재료비, 배달 용기, 포장 등의 가격을 합하면 6000원가량이다. 이 가게는 배달앱을 통해 하루에 주문 30~40건을 받는다.

이 가게를 기준으로 이익을 분석해보면, 건당 최소 3000원을 배달비용으로 받는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했을 때 순익은 6000원이 남는다. 다만, 영업비·임대료·수도전기료·인건비 등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단순 계산이다.

업주는 추가로 매달 배달대행업체에 월 이용료를 지급하기도 한다. 소상공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 만큼 관리가 쉽지만 '콜'(배달원 배정)이 잡히지 않는 때도 있어 배달이 밀리기도 한다.

경남지역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배달시장에 뛰어들면서 배달기사가 부족하다. 가게, 소비자는 배달이 늦어 닦달을 하고 기사들은 벌이에 비해 지출이 커 수수료 인상 등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면 배달기사 시급을 고정 지급하므로 배달이 많아도 추가 인건비 지급은 없지만 오토바이 감가상각, 보험료, 사고 시 처리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배달앱을 활용하면 치킨집의 순익은 6000원보다 더 줄어든다. 배달앱이 중개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형 배달앱들은 수수료로 적게는 음식값의 2%, 많게는 14%를 받는다.

사회적 거리 두기 속 비대면 이용이 급증하면서 소상공인들은 필수가 된 배달앱의 중개수수료를 고정비용으로 두고 순익을 계산한다.

이 치킨집이 1만 5000원 상품을 배달앱을 이용하면 배달수수료는 최소 300원, 최대 2100원이다. 순이익은 3900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외부결제수수료 2%까지 포함하면 순이익은 3600원까지 떨어진다. 배달앱 플랫폼을 이용하기만 해도 순익이 최대 40% 줄어드는 셈이다.

배달대행업체의 배달료 인상, 배달앱의 중개수수료 인상은 소상공인과 소비자 부담이다. 인상분 일부를 소비자 부담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버티는 소상공인도 있다.

치킨집 업주는 "배달앱이 떼가는 수수료가 높지만 배달이 전체 지출의 60~70%를 차지해 포기할 수 없다"며 "수수료 등이 오를 때 식재료값을 인하하면 품질이 저하되므로 최소한 생계 유지를 위해 소비자에게 배달료를 청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도심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심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수료 2%대 공공배달앱 속속 = 소수의 배달앱이 독점한 배달시장에서 자치단체들은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 공공배달앱 운영을 추진하거나 시작했다.

공공배달앱은 광고비를 없애고 중개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지역사랑상품권 같은 지역화폐를 쓸 수 있게 해 지역소득의 역외유출을 막을 수도 있다. 공공 주도, 민간 주도 등 운영방식 차이는 있으나 일반 배달앱보다 소상공인, 소비자 부담은 적다.

경기도, 경기도주식회사는 민관협력을 통해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광고료 무료, 중개 수수료는 음식값의 1%로 운영되며 지역화폐 사용 시 최대 15%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배달특급은 출시 20여 일 만에 총 거래액 20억 원을 달성한 데 이어 총 가입 회원 10만 명을 넘기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21일 배달특급의 총거래액 중 지역화폐 사용률은 62.6%를 차지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자체 사업으로 수익을 내 공공영역 자금 지원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자립도를 확보할 계획이다.

경남에서도 공공배달앱이 운영된다. 거제시 '배달올거제'가 가장 앞장섰다. 진주시도 진주형 배달앱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앱에서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을 쓸 수 있다.

양대복 경남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공공배달앱이 기존 거대 배달앱만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지역사랑상품권 활용 등으로 내수 활성화는 물론 소상공인 매출과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플랫폼 불공정 행위 개선 = 대형 배달앱, 네이버 등 온라인플랫폼의 입점업체 갑질을 규제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법안이 국회에서 다뤄질 계획이다.

핵심은 플랫폼업체가 표준계약서 형식에 맞춰 상품 노출 기준, 수수료 검색결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입점업체에 알리는 것이다.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가 있는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정거래위원회안을 보면 플랫폼 사업자는 입점업체와 맺는 계약서에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하는지, 상품·서비스 노출 기준, 수수료가 검색결과에 미치는 영향 등 14가지 필수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창원시 의창구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업을 하는 업주는 "일부 양심 없는 업체는 배달앱에서 소비자 유치를 하기 위해 실제 점포와 다른 위치에서 월정액 광고를 2~3개씩 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를 포함한 가짜 리뷰 등 불공정 행위가 근절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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