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한다'강박 뇌 되레 각성
공간 벗어나 독서·반복작업을
질환·복용약·습관 종합 검진
전문의 처방따라 수면제 복용
인지 교정하는 비약물 치료도

불면의 밤을 보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고통을. 아침에 침대에서 빠져나왔을 때 어깨와 팔꿈치, 허리와 무릎, 관절이란 관절은 죄다 쑤시고 퀭한 눈에는 정상으로 보이는 게 없다. 머리마저 멍한 것이 그저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눕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다시 눕는다고 해서 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출근은 해야 하는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비몽사몽 간에 하루를 보냈지만, 밤이 오자 또 걱정이 시작된다. 이번엔 기필코 자야 하는데, 잠이 또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잠이 들지도 않았는데, 악몽은 시작된다. 어찌하면 좋을까? 대체 이 불면증은 왜 생기는 걸까? 어떻게 해야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마음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전호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 이전호 한마음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불면증을 호소하며 찾아온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한마음창원병원
▲ 이전호 한마음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불면증을 호소하며 찾아온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한마음창원병원

-불면증이 왜 생기는 거죠?

"불면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게 되지만 흔히 신경 쓰이는 근심거리가 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그 외에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불면증은 흔한 동반증상이며, 신체질환으로 인한 통증이나 복용 중인 약제로 인해 불면증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또한, 커피나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 경우에도 잠이 안 올 수 있는데, 애초 수면장애의 원인이 무엇이었든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좋은 수면 습관이 없어져서 이런 증상이 계속됩니다."

-자려고 하면 더 잠이 오지 않던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심리적인 거겠죠?

"오지 않는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불면에 대한 두려움, 다음 날에 대한 걱정, 불안 등으로 인해 근육은 긴장하게 되고 뇌는 더욱 각성하여 결국 잠은 더 오지 않게 됩니다. 3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고 침실에서 나와 독서나 단순한 작업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잠을 못 자는 것도 불면증인가 싶네요. 어떤 증세가 있으면 불면증이라고 하는지요?

"심리적, 환경적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잠을 못 자는 경우는 흔하며 이를 불면증으로 진단하지는 않아요. 일반적으로 충분히 잘 수 있는 환경에서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할 때 불면증으로 진단합니다."

-불면증 말고도 수면장애 증상은 어떤 게 있나요?

"불면증을 제외한 대표적인 수면장애로는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을 들 수 있어요. 기면증은 불면증과는 상반되는 질환으로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에 지나치게 졸리는 증상과 함께 자기도 모르게 10~20분 동안 갑자기 잠에 빠지게 되는 증상이 특징입니다. 이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죠. 비만인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수면무호흡증은 코를 심하게 고는 것이 특징이며, 자는 동안 여러 차례 숨막힘 증세를 겪으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고혈압 등의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이 외에도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는 야경증이나 몽유병 등이 있는데 심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성장하면서 사라지는 편입니다."

-불면증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별하는지 궁금합니다.

"불면증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문진입니다. 이에는 신체질환, 복용 약물 등의 의학적 상태와 과거의 정신장애, 성격적 특성, 최근의 스트레스, 생활 습관 등을 포함합니다. 또한, 수면일지를 통해 수면의 양상을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지요. 불면증에서 대표적인 검사라면 수면다원검사를 들 수 있지만 모든 불면증 환자에게 반드시 시행하는 것은 아니에요.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루 동안 자면서 수면 중의 뇌파, 눈동자 움직임, 신체 근육의 긴장도, 호흡 등을 측정하여 평가하는 검사로 수면무호흡증이나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이 의심될 때 시행하게 됩니다."

-주변에 수면제를 종종 복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어느 정도면 주의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불면증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모든 약제가 내성과 의존의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며, 위험성이 있는 약제라 하더라도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하에 처방받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단, 정확한 처방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지 않고 환자 자신의 판단하에 수면제를 임의 복용하는 경우 수면 패턴이 더 망가져 수면제 없이는 수면이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약물 말고 불면증을 치유할 방법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비약물 치료로는 인지행동치료가 있어요.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는 인지치료, 근육이나 호흡의 이완을 통해 긴장을 낮추는 이완요법, 수면에 도움이나 방해가 되는 환경이나 습관에 대한 수면위생교육 등을 포함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술을 취할 정도로 마신 날은 잠이 잘 오는데, 어중간하게 마신 날은 오히려 잠을 설치게 되더군요. 어중간한 술이 수면을 방해하는 상황인지 싶네요. 그렇다고 술을 더 마시기도 그렇고.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알코올의 진정 효과 때문에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지만,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오히려 잠에서 잘 깨고, 깨어난 후 다시 잠들기 어렵게 하지요. 또한, 지속해서 술을 마시면 빨리 잠들게 하는 효과도 점차 떨어져요. 따라서 불면증이 있으면 음주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지속적인 음주는 알코올 의존이나 중독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피해야 합니다."

-불면증 극복과 예방에 도움 되는 수칙은 어떤 게 있나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낮잠은 피하며,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도록 해야 합니다. 침실은 잠잘 때만 이용하며, 만약 잠이 오지 않는다면 침실 밖으로 나가도록 합니다. 음주, 흡연, 커피 섭취와 같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기 전 따뜻한 물로 20분 정도 샤워하는 것이 좋은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그 외 불면증 극복에 도움이 될 만한 것, 어떤 게 있을까요?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로 단기간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그 때문에 어려움이 지속한다면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되어 편안한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지요. 불면을 피하고자 술을 마시거나 게임에 빠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고요. 늘 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감당키 어려운 심리적 불편함이 있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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