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소문·의심도 흠집내기에 악용
편집규약 의무화 반대 이유 뚜렷이 보여

조선일보에 나온 기사다. 제목이 '문대통령 양산 사저 인근 655억원 들여 도시재생'이었다. 양산에 도시재생 사업이 결정됐는데 문재인 대통령 집과 직선거리 5㎞이고 퇴임 후 집과 직선거리 12㎞라는 것이다. 첫 문장에 이렇게 적혀 있고 뒤에 다른 내용은 없다. 아무 실체도 없이 대통령이 특혜를 받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박정엽 기자가 쓴 기사였다.

이게 기사면 조선일보 사장 집이 무슨 사업과 직선거리로 5㎞를 띄우고 밀접해 있다고 써도 된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집이 어떤 사업과 12㎞ 직선거리를 두고 이웃해 있다고 써도 된다. 아예 조선일보 사옥이 광화문광장 재정비 지역과 바로 붙어 있다고 쓰면 특종이다.

음주운전 단속에 검찰 신분을 밝히지 않아 징계를 모면했던 검사가 이 정부에서 줄승진했다는 기사도 있다. 이민석 기자가 썼는데 단속에 걸린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고 범죄경력조회가 되어 경고를 받은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이었다.

인사상 불이익은 그때 한 번으로 그쳐야 맞다. 두 번 세 번 받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 그래서 동기들보다 먼저 승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불법부당한 방법을 썼느냐인데 그런 지적은 없었다. 흠결 있는 검사라도 친여 성향이면 싸고도는 정부라는 인상만 주면 성공이니까.

그런데 이보다 더한 진짜 신공은 따로 있었다. 이민석 기자는 해당 검사를 두고 "추미애 법무장관을 비판하는 댓글을 올린 부하 검사를 회의 석상에서 질책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적었다. 그러고는 뒤이어 당사자의 말을 옮겨 "부하 검사를 질책했다는 것은 악의적 소문"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이런 기사 쓰기는 틀렸다. 확인해 보고 그런 사실이 없었다면 쓰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것도 기사가 된다. "조선일보 사장이 편집국 여성기자와 좋아 지낸다는 소문이 있다. 본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부하직원을 추행했다는 얘기가 돈다. 본인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박정엽·이민석 기자가 이런 기사를 쓰고 싶어서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조선일보 기자라도 작정하고 쓰레기 같은 기사를 쓰면 양심에 찔리기 때문이다. 본인 탓도 있지만 조선일보 탓이 더 크다.

조선일보는 2017년 12월 '조선일보 윤리규범'을 만들었다. 분량도 상당하지만 내용 또한 금과옥조다. 그렇지만 없는 것이 있었다. 경남도민일보는 편집규약에서 '특정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관의 지시에 불응할 권리'를 기자에게 보장하고 있다. 이것이 거기에 보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하는 신문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사주가 무엇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것만 해도 신문법을 개정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된다. 그래야 쓰레기 같은 기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출판국에서]아무도 안 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비춰볼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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