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 내년부터 교무행정 업무 추가해 무기계약
교무행정원 시험 경쟁 치열해 "형평성 안 맞다" 항의 빗발

경남도교육청이 300명 넘는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 알려지자 교육공무직 공채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수험생은 투명성·형평성에 맞지 않는 채용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 실무사? =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4일 일선 학교에 '2021학년도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 처우개선' 계획 공문을 보냈다.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며, 방과후학교 담당교사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새학년이 시작되는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 단위로 계약했다.

도교육청 처우 개선안에 따라 이들은 내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주 40시간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이 된다. 이름은 '방과후학교 실무사'로 바뀐다. 방과후학교 업무를 전담하면서 '교무행정 업무'를 추가로 맡는다.

문제는 전환 대상이 2020년 11월 1일 기준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도내에 약 34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중 무기계약직 전환 희망자는 면접만 통과하면 채용된다.

◇"공채 놔두고 왜?" = 이를 두고 교육공무직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이해할 수 없는 채용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창원 한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무행정원으로 일한 ㄱ(39) 씨는 2021학년도 도교육청 교육공무직(교무행정원) 시험에 응시했다. 교육공무직은 교무행정원을 비롯해 조리사·조리실무사·돌봄전담사·기숙사생활지도원 등이 포함된다. 특히 올해부터 교육공무직은 공채시험으로 뽑고 있다.

ㄱ 씨는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늘어나는 근무시간을 채우고자 교무행정 업무를 포함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동안 정규직 교무행정원은 통상 퇴직 인원이 발생해야만 보충해왔기에 가뜩이나 적게 뽑는 자리가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교무행정원은 교육공무직 가운데서도 경쟁률이 가장 높다. 다음 달 9일 시험에서 교무행정원 12명을 채용하는데 661명이 지원해 경쟁률 55.1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회 시험 때는 거제지역에서 경쟁률 100 대 1을 기록했다.

ㄱ 씨는 "두 아이를 키워 짧은 시간 근무하는 방과후 자원봉사자로 일할 수 있었지만 교무행정원 경력을 쌓고자 무리해서 기간제 일을 했다"면서 "그동안 정규직 교무행정원이 되고자 열심히 경력을 쌓고 시험공부를 한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개 채용이라는 제도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계약직 직원들을 아무 조건 없이 최소한 면접만 거치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교육청에 항의 빗발쳐 = 논란이 확산하자 도교육청은 29일 "교무행정원 업무 표준안이 있는데 앞으로 '방과후 실무사'들이 맡게 되는 교무행정 업무는 이 표준안에 포함되지 않는 일로 일반 교사들이 해오던 업무를 말하는 것"이라며 "교무행정원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취업준비생들 처지에서 불안한 마음도 있을 수 있으나 이번 처우개선 이후에는 교육공무직 중 '방과후학교 실무자'라는 분야가 새로 생기는 것"이라면서 "수년간 방과후 자원봉사자로 일해온 이들을 존중하면서 방과후학교도 활성화하고자 법적 검토를 거친 후 종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공무직을 준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도교육청 게시판에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경남교육청 형평성 고려 채용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 하루 만인 29일 오후 5시 기준 약 7200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자신을 공무직 준비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편법적인 행정행위로 채용을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공채를 준비하는 평범한 취업 준비생, 혹은 미래 청년들에게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도 29일 입장문을 내고 경남교육청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남교총은 "경남 전체 348개 학교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교육공무직 채용인데도 특채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도교육청은 공정성·형평성·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졸속행정을 사과하고 모든 교육정책을 현장과 소통하며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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