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온라인쇼핑 매출 급증
자영업자, 거리 두기 큰 타격
플랫폼 입점·무인화 등 시도
정보 소외 상인에 장벽 높아져

올해는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큰 변화를 맞은 시기였다.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화하면서 대세 유통채널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옮겨갔다. 이미 비대면 채널을 선점해둔 유통업계는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며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새 유통환경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대면이 불가피한 일부 유통업계는 큰 고비에 직면했다.

외식업, 전통시장 등 대면이 필수적인 업계는 발길이 줄었다. 하락세에 접어들며 생존이 불가해 보였던 대면 중심 유통업계는 비대면 판로 개척, 점포 스마트화 등 체질 변화에 나서며 코로나19 상황 극복에 나섰다.

배달·온라인에 강한 일부 업계는 비대면화에 성공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출 증가 등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비대면 쏠림은 대형 온라인, 배달 플랫폼에 영세 유통업자들이 휘둘리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 앞당긴 코로나19 = 유통업계에서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예견된 일이었다.

통계청의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을 살펴보면 2001년 3조 3471억 원에서 지난해 135조 2640억 원으로 19년만에 39.4배나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가 비대면 문화 확산의 촉매가 돼 온라인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유통업계는 예상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유통업계 온라인 매출은 오프라인 매출을 거의 따라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2018년 62.2%, 2019년 58.8%로 점점 온라인 시장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통업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53.6%까지 떨어졌다. 8월 코로나19 2차 확산과 11월 3차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하반기 오프라인 매출 비중도 50%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통업체 오프라인 매출 증감률은 감소로 돌아섰다. 온라인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매출 증감률을 살펴보면 2017년 3% 증가, 2018년 1.9% 증가, 2019년 0.9% 감소로 점점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 6% 감소했다.

그러나 유통업체의 온라인 매출은 2017, 2018, 2019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꾸준히 보였고 올해 상반기 17.5%나 증가했다. 경제 상황 전반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 매출이 전체 매출 3.7% 증가를 이끈 셈이다.

▲ 발길 끊긴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횟집거리. /안지산 기자
▲ 발길 끊긴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횟집거리. /안지산 기자

◇비대면 채널 없으면 고사 위기 = 비대면 문화 확산 속 온라인 매출에 웃은 유통업체는 e-커머스, 통신판매업 등 비대면 채널을 주 판로로 활용하는 업종이다. 미리 시장을 선점한 이점을 활용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전통시장, 동네슈퍼 등 비대면이 익숙하지 않은 골목상권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에 경남지역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엔 매장에서 먹는 손님을 받을 수 없으니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소상공인 매장의 카드 매출을 분석한 한국신용데이터의 경남지역 매출을 보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한 2~4월 매출은 지난해 대비 16~31% 하락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는 전년만큼 매출이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8월 2차 확산 여파로 9월 초 매출은 20%까지 떨어졌다. 추석 이후 감소폭은 10%로 줄어드나 싶었지만 11월 재확산 이후 27%까지 감소했다.

정부는 집합 제한 등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업체당 100만~200만 원 규모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효과가 미미했다고 평했다. 단기적인 생명 연장 방안보다 실질적인 자립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 나들가게 무인 계산대. /연합뉴스
▲ 나들가게 무인 계산대. /연합뉴스

◇체질 변화 나선 골목상권 = 이에 도내 골목상권은 비대면 판로 개척, 상점 무인화 등 변화에 나섰고 주요 유통업계는 새로운 유통 트렌드에 맞춘 판매 전략을 내놓았다.

11월 말 기준 창원, 김해, 진주, 양산 전통시장 5곳이 경남도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사업의 하나로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해 전통시장 배달 시대를 열었다. 네이버 장보기는 전통시장과 온라인 배송을 연계한 시스템인데 소비자는 온라인, 모바일 네이버 장보기로 시장 제품을 구매해서 가까운 지역에 한해 배송받을 수 있다.

동네슈퍼는 무인화를 시도했다. 창원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동네슈퍼 무인 점포 모델을 도입해 12월부터 시범점포 2곳을 열었다. 상점 무인화로 인건비 절약, 24시간 판매로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받고 있다.

도시락 등 간편식 판매가 주 매출인 일부 업체는 내부 판매를 줄이고 아예 포장 판매, 배달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체질 변화를 하고 있다. 편의점은 안주, 와인 전면 배치와 가정간편식 개발로 홈술족과 1인 가구의 수요를 잡았다. 대형마트는 온라인에서는 빠른 배송을, 오프라인에서는 가전 체험,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하며 온·오프라인 병행을 추진했다.

각 업계의 체질 변화와 전략은 비대면 문화 확산 속 적절한 대응으로 평가받았지만 일부 소상공인은 거대 규모의 배달, 온라인 플랫폼의 가맹비, 중개 수수료, 광고료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심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연합뉴스
▲ 도심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연합뉴스

◇온라인, 배달 플랫폼의 명암 = 온라인,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은 소상공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다수 주문량이 방문, 포장 대신 배달로 몰린 것이 이유다.

창원시 한 도시락 전문 업체는 코로나19 확산에 반사이익을 얻었다. 업주는 "재택근무나 회사에서 회식을 자제하는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점심시간 단체 주문은 물론 저녁에도 1인 가구의 배달 주문 알람이 끊이질 않는다. 매출도 코로나19 전보다 20% 정도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이 집계한 지난 9월 배달앱 월간 이용자 수는 배달의민족 1318만 명, 요기요 660만 명, 쿠팡이츠 150만 명, 위메프오 50만 명이다. 국민 10명 중 4명이 한 달 동안 한 번은 대형 배달 플랫폼을 이용한 것이다.

대형 배달,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는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일수록 업체의 노출 빈도는 커지고 그만큼 잠재 소비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창원시 한 치킨집 업주는 배달앱이 절대적인 플랫폼이 돼버려 선택지가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배달앱에 입점하지 않으면 수수료도 없지만 그만큼 주문도 확 줄어들 것"이라며 "배달앱에 입점한 이상 살인적인 수수료, 광고료 등을 떼니 실수익은 적어 물량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고령화된 전통시장 상인들은 배달, 온라인 플랫폼 등 비대면 채널에 취약해 진입장벽이 높은 점도 풀어야 할 문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지원 없이는 입점하기 어렵다.

창원시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지원을 받아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더라도 정작 사용자들이 온라인 플랫폼 체계를 모르는 상황도 허다해 방치되기 쉽다"며 "전통시장 방문 소비층은 고령층이 많아 비대면화가 무의미한 경우도 발생한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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