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소개·영상 속 풍경
등시각장애인에 설명 대본 작성

'화면해설작가가 뭐지?'

우연히 진주시민미디어센터의 SNS에서 경남 처음으로 화면해설작가 양성과정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보았다. 궁금증에 끌려 내용을 좀 더 살펴보니 화면해설작가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상물 속 장면을 말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대본을 쓰는 사람이었다.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총 두 달 과정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강사는 오숙희 배리어프리영상포럼 부회장으로 화면해설작가다.

화면해설을 쓰기 전 시각장애와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강사는 수강생에게 몸집이 크고 뚱뚱한 흑인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사람일 것 같으냐고 물었다. 다들 멈칫하며 망설이다 "농구를 잘하는 사람", "랩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답을 내놓았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흑인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춤을 잘 추는 댄서였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장애인도 그렇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배리어프리는 '장벽(barrier)'과 '없음(free)'을 합친 단어로 편견과 차별의 벽을 허물고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누리자는 운동이다.

배리어프리 영화도 그중 하나다. 기존 영화에 자막과 해설을 입혀 시·청각장애인도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화면해설작가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대사를 제외한 장면의 정보를 제공한다. 영화가 시작할 때 제작사와 배급사를 소개하는 오프닝 크레디트부터 출연진과 제작진의 이름이 하나하나 나타나는 엔딩 크레디트까지 말이다.

강사는 '정보의 선택과 순서'를 강조하며 무엇을 해설할 것인가에 대해 알려주었다. 화면해설작가에게는 대사와 음악, 배우의 숨소리까지 고려하여 해설하는 배려와 영화감독의 의도를 잘 파악해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하는 친절함이 필요했다.

글도 잘 써야 한다. 대본을 쓸 때 주술 관계가 어울리는 올바른 문장과 상황에 걸맞은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실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사랑의 가위바위보>를 보고 화면해설 대본을 써보았다. 상영시간은 35분으로 한 사람당 5분가량의 장면을 맡았다.

대사 구간을 체크해 대사를 일일이 입력하고 대사를 제외한 장면을 어떻게 글로 풀어낼 것인지 고민했다. 쉽지 않았다. 5분이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친구가 되기로 했다. 영화를 같이 보는 친구에게 친절한 말동무 역할을 한다고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배리어프리가 제공되는 경우는 방송 10%, 영화 2%에 불과하다고 한다. 앞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도내에서 열리는 연극, 무용, 오페라 공연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돼 시각장애인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귀로 듣는 재미를 느끼길 바라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