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못 만나고 홀로 1인극 촬영 연습
코로나, 타격 크지만 지원사업도 넓혀

구공 씨는 가상의 인물이다. 90년생인 그는 올해 서른이다. 현재 연극바닥에서 치면 아주 젊은 연극인이며 연극영화과를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학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전공을 버리고 연극에 빠졌으니 어찌 보면 흔한 사례 중의 하나다.

그의 하루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비슷한 게 거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다. 코로나19 시대라는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 1년은 그의 예술 활동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부름갈채(커튼콜) 때 손뼉 치며 환호하는 관객을 향해 두 팔을 흔들며 화답하던 그 기쁨, 이젠 기억 속의 한 장면일 뿐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오늘은 오전부터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에 묶인 오늘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연말 1인극 공연 촬영을 앞두고 연습이 있지만, 그다지 긴장되거나 흥분이 일지도 않는다. 일찍 극단에 나갈 이유도 없다. 점심 먹고 느지막이 출근해 몇 가지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혼자 몸을 풀다가 연습 준비를 하면 될 일이다. 5인 이상 사모임까지 금지하는 터라 오전 산책은 엄두도 못 내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에 가까운 아점을 먹고 집을 나섰다. 버스에 오르니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이 자기처럼 얼굴을 전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지난해 공연 때 일이 생각나서다. 공연 20분 전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채 공연장 입구에 나갔을 때, 관객들의 눈에 들어온 내 모습이 저랬을까 싶었다.

극단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로 취소된 예술제 대신 예술인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영상물 작업 신청서를 썼다. 극단에 나올 필요가 없어 집에 있거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다른 단원들에게도 이런 사업이 있다고 알리고 신청서를 내라고 전화로 독려했다.

전화 독려가 끝나자 얼마 전 창작지원금을 받은 선배에게서 고맙다는 전화가 왔다. 서류를 대신 써줬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예술인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자 정부 혹은 지자체 차원에서 여러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창작지원금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생활고 해결에 제법 도움이 되는 금액이다. 돌이켜보니 올해 극단 살림이나 단원들의 수익은 거의 지원사업에 의지한 측면이 크다. 새옹지마 격인지 몰라도 어쩌면 코로나 덕에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12월부터 시행된 것도 다행이다. 예술인이 포함된 기본소득제 도입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니 반갑다.

시간이 되자 연출이 도착했고 연습이 시작됐다. 예전과 달리 연습실은 둘만의 공간이 되었다. 그다지 코로나가 염려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습관대로 마스크를 쓴 채 연습을 이어갔다. 비록 온라인 송출하는 1인극이지만 이렇게라도 버티고 있는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코로나 어둠에서 벗어나 단원들과 함께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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