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혈류 급격히 감소하는 탓
눈앞 캄캄하고 어지러워져
간헐적 증상 기저질환 의심
고혈압 약 복용자 특히 주의

쪼그려 앉아 책이라도 정리하다 일어서면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고 머리도 띵한 것이 바로 그 자리에 휘청하고 쓰러질 것 같다. 증상만 보면 병원에 가야 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다음번에는 조심해서 일어서야지 하는 다짐으로 넘기고 만다. 이런 기립성저혈압, 그냥 그러려니 하고 놔둬도 괜찮을까.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박익현 교수를 찾아 그 원인과 증세, 치료, 관리 등에 관해 물어보았다.

▲ 박익현 교수
▲ 박익현 교수

-기립성저혈압 증세가 갑자기 일어섰을 때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것 말고 또 어떤 증상이 있는 거죠?

"증상은 주로 뇌의 혈류 감소로 일어나게 되는데, 어지럼증 외에도 전신 무력감, 머리가 텅 빈 느낌, 눈앞이 흐려지거나 캄캄해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실신을 하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증상 없이 피로, 두통, 목의 뻣뻣함, 어깨 통증 등 기립성저혈압을 의심하기 어려운 증상만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빈혈과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빈혈은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로 유발되는 기립성저혈압과 다른 질환입니다. 적혈구가 몸의 각 기관에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므로 빈혈이 있으면 피로, 두근거림, 활동 시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생깁니다. 심한 경우 무기력감, 인지기능 장애, 흉통 등과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장관출혈 등과 같이 짧은 시간 다량의 출혈이 일어날 때 기립성저혈압과 유사한 자세 변화에 따른 어지럼증, 실신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일부 증상이 비슷해 서로 혼동하기 쉬운데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런 증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립성저혈압 발병 원인을 딱 한 가지로 규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원인과 기저질환이 있습니다. 정상인의 경우 갑자기 일어섰을 때 혈액이 다리에 많이 쏠리게 되면서 순환하는 혈액이 줄어들게 되어 혈압이 감소할 수 있으나, 자율신경의 조절로 말초혈관과 심장이 적절히 반응하여 혈압이 떨어지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일어섰을 때 몸이 적절히 반응하지 못해 저혈압이 생기고 어지럼증 등 저혈압 관련 증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자율신경 문제 외에도 구토, 설사와 같이 몸의 수분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에서도 순환 혈류량이 줄어들어 기립성저혈압이 생길 수 있으며, 약물, 특히, 항고혈압약이 기립성저혈압의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고혈압으로 약물 투여 후 관련 증상 발생 시 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당뇨병, 류머티스 질환, 심부전과 같은 질환에서도 기립성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세가 어느 정도면 병원을 찾아야 할까요?

"특별한 이유 없이 과거에 없던 기립성저혈압 증상이 갑자기 생기면 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 설사 등 몸의 수분이 빠져나간 이후 일시적으로 기립성저혈압 증상이 생기면 지켜볼 수 있으나 향후 증상이 반복되면 심한 경우 실신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고혈압으로 약물을 처음 투여하거나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기존에 복용 중인 약물을 증량한 후 기립성저혈압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런 경우 약물 복용을 유지하지 마시고 의사와 상담하여 혈압에 대한 재평가 후 약물 조절이 필요합니다."

-검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기립성저혈압의 진단과 검사에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혈압검사입니다. 충분한 시간 누운 상태에서 안정된 혈압을 측정한 후 환자를 즉시 일으켜 혈압을 1분 간격으로 3번 측정합니다.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완기 혈압이 10㎜Hg 이상 떨어지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합니다. 다음으로 기립경 검사입니다. 테이블에 편히 누운 상태로 혈압과 심전도를 관찰한 후 천천히 일으켜 올리면서 다시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합니다. 이후 약물을 투여하여 앞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증상을 관찰합니다."

-기립성저혈압으로 판명이 나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요?

"기립성저혈압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복용 중인 약물을 확인합니다. 복용 중인 약물 중 기립성저혈압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약물이 있다면 약물을 조정합니다. 원인 질환에 의한 기립성저혈압이 의심된다면 원인 질환을 검사해 유발 원인을 확인하여 치료하게 됩니다. 필요에 따라 수액을 공급하거나 저혈압 방지 약물을 투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질환을 방치했다가 파생되는 다른 질병도 있나요?

"앞선 연구에서 기립성저혈압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로 보고된 바 있으며, 반복적인 뇌 혈류의 감소로 인지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낙상에 의한 외상입니다. 특히, 고령의 환자에서 낙상은 치명적일 수 있어 가족들의 주의가 필요하며,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기립성저혈압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시죠.

"기립성저혈압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술은 혈관을 확장할 수 있으므로 금주한다.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을 피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운동을 한다. 하지만 과격하거나 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일어날 때는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고, 중간에 한 번씩 쉬어주며 일어난다. △장시간 서 있는 경우, 다리 정맥혈의 정체를 막기 위해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복용한 약물에 의해 기립성저혈압 증상이 있으면, 담당 의사와 약물에 대해 상의한다. △증상의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저혈압 방지를 위한 약물 복용 여부를 결정한다."

-또, 환자가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어지럼증이나 실신으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해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외상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한 어지럼증이나 실신을 경험한 기립성저혈압 환자는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을 피해야 하며 기립성저혈압 증상 발생 시 자세를 낮추고 가능하면 바닥에 눕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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