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가야농협 이전지 매입, 의혹투성이
속 시원한 해명이 조합원에 대한 도리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오이밭에서는 벗겨진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자두)나무 밑에서는 관을 고쳐 쓰지 말라. 중국 고시 <군자행>에 나오는 말로,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을 경계하는 금언이다.

최근 함안 가야농업협동조합 본점 이전과 관련해 이 금언을 곱씹어볼 일이 일어났다. 67억 원에 사들인 이전 예정지에 현 조합장과 상임이사 이름으로 된 땅이 상당부분 포함돼 거래됐기 때문이다. 전체 1만 2776㎡(3864평) 중 조합장과 상임이사 명의의 땅이 5936㎡(1795평)나 된다. 조합장은 선거 공약이고, 이전 필요성이 절실한데 마땅한 터가 없어 '욕먹을 각오'로 결정했다지만, 오이밭에서 허리를 숙임으로써 의혹의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면 특이한 점도 발견된다. 상임이사 명의의 땅을 담보로 가야농협이 돈을 빌려주는데, 채무자로 조합장이 등재돼 있다. 이 말은 상임이사 토지를 담보로 조합장이 거액을 대출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 근저당권을 풀지 않는 한 매매가 쉽지 않아 땅 소유자는 재산권 행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합장이 자신의 땅을 차명으로 등기하고 명의신탁자가 쉽게 처분하지 못하도록 근저당권을 설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이런 수상한(?) 대출은 더 있었다. 또 다른 사람 이름의 1607㎡(486평)에도 똑같이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는데 조합장이 채무자였다.

지역에서는 본점 이전 터 상당부분이 조합장 소유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근저당권이 설정된 땅도 실소유주가 조합장이라면 매입 부지 전체의 60%가 조합장 땅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전지 매입을 두고 조합에서 진행한 의결 과정에도 뒷말이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는 이유로 본점 이전 부지를 정하는데 대의원대회도 열지 않고 서면으로 의결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는 토지 소유자로 조합장과 상임이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알렸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조합원들이 이런 내용을 알았다면 동의해줄 대의원이 몇 명이나 됐겠느냐는 의심이다.

실제로 조합 측은 직원들을 동원해 대의원 121명 가정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서면 동의를 받았고, 회의 수당 15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합 측은 회의수당 지급은 규정에 따른 것으로, 서면 결의라도 지급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지만, 회의수당 봉투를 내밀며 서면동의를 받는 과정은 시각에 따라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93.8%의 찬성이었다. 이 또한 오얏나무 아래서 손을 머리 위로 올린 꼴이다.

경찰도 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법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 등이 명명백백 밝혀질 터이지만, 이에 앞서 가야농협과 조합장의 속 시원한 해명을 기대해 본다. 그것은 3600여 명 조합원에 대한 도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