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구 시인, 올해의 시조집상·오늘의 시조문학상 등 3차례 수상

▲ 임성구 시인.
▲ 임성구 시인.

창원에서 활동하는 임성구 시조시인은 올해 세 번 자신의 수상소식을 전해왔다.

여름까지만 해도 기쁨과 함께 '내가?' 하는 어리둥절함이 함께였다. 하지만, 며칠 전 그가 보낸 오늘의 시조상 수상 소식에는 의문이 사라진 오롯한 기쁨이 담겨 있었다. 봄, 여름 그리고 겨울.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확신하는 데 일 년이 걸렸다.

시작은 올해 초 발간된 <2020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에 '빈 잔'이란 시조가 선정되면서부터다. 도서출판 작가가 매년 초 발행하는 이 책은 전해에 가장 사랑받고 기억에 남은 좋은 시를 모은 것이다. 선정은 시인, 문학평론가, 출판편집인 등 100명이 참여한다. 오늘의 시와 좋은 시로 나뉘는데, <좋은시조> 2019 여름호에 실렸던 '빈 잔'은 이 중 좋은 시로 뽑혔다.

"내 앞에 놓여있는 쓸쓸한 너를 두고/ 무엇을 채워줄까 고민하다 잠이 들었네/ 마셔도 비워지지 않는 향긋한 술이 떠도네// 봄은 피고 지고 맵게 울던 매미도 가고/ 발갛게 익은 가을과 설국의 계절 보내놓고/ 또다시 한 바퀴의 잔을, 채우면서 웃어보네// 화무에 취해버린 내 잠꼬대에 걷어차여/ 쏟아진 너의 생애 얼마나 많이 아플까/ 미안타, 마음 하나 못 채워 헛꽃만 뭉텅 피네"

지난 3월에는 시조전문지 <시조시학>이 주관하는 제10회 한국시조대상에서 대상 다음 가는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지난해 <발견> 봄호에 발표한 '물벽', <가람시학>에 발표한 '달강달강', <한국동서문학> 겨울호에 발표한 '논거울' 등 7편이다. 이때만 해도 임 시인은 그저 '올해 예감이 좋은데?' 정도로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7월 (사)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장 이지엽)에서 주는 제8회 올해의 시조집상을 받으며 예감은 설렘과 자신감으로 바뀐다. 수상작은 5월 시인동네에서 발간한 <혈색이 돌아왔다>, 그의 네 번째 시집이었다.

그리고 최근 시조시인들이 모인 오늘의 시조시인회의(의장 이승은)가 주는 '제16회 오늘의 시조문학상' 수상으로 설렘과 자신감을 넘어 확신으로 바뀐다. 오늘의 시조문학상은 당대 내로라하는 시조시인이 모인 단체에서 주는 상이라 시조의 핵심인 정형시로서의 절제 미학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니 시조시인으로서는 꽤 영광스러운 상이다.

수상작은 <시와표현> 2020 여름호에 실린 '과수밭의 詩'다.

"창원 북면 단감밭에서 시인의 감感을 딴다/ 빛깔 곱고 제일 큰 것에 손이 먼저 가는 것은/ 자연의 당도를 훔치고픈/ 간절한 열망이다// 다디단 감의 감정을 독파한 새들이/ 콕콕 쫀 가을 문장 크게 한 입 베어 먹는다// 좀처럼 오지 않던 은유/ 한 광주리로 와 있다"

▲ 임성구 시집 <혈색이 돌아왔다>.
▲ 임성구 시집 <혈색이 돌아왔다>.

여기에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시조 문단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제39회 중앙시조대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임성구 시인은 1994년 <현대시조>로 등단해 현재 경남시조시인협회 회장, 창원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맡은 도내 시단 중견이다. 그런데 어쩌면 올해야말로 그가 시조시인으로 자신을 확신하게 된 듯하다. 작품활동에 대한 오랜 마음고생은 제8회 올해의 시조집상 수상소감에 얼핏 드러난다.

"1994년 등단 후 무수한 도전을 거듭 했다. 올해까지 창작지원금에 13번 도전했지만 해마다 미역국을 마셨다. 여러 문학상에도 내심 기대는 했으나 번번이 아쉬움은 홀로 달래야 했다. 작품이 많이 부족했으므로 흔쾌히 수긍하며, 창작에 대한 홀로서기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마지막으로 받은 제16회 오늘의 시조문학상 수상소감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제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요. 정말, 어안이 벙벙합니다. (중략) 지금처럼 시조는 시절가조다 라는 생각으로 그때, 그때의 감정과 시대적 흐름을 직시하며 서정의 깊은 사유와 개성이 강한 시조를 쓰겠습니다."

그의 시집 제목처럼 드디어 그의 혈색이 제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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