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열차 강행-백지화, 여전히 평행선
생태 자원은 미래 세대 유산이기도 해

지리산 산악열차 프로젝트는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것으로 일단락됨으로써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논의 과정에서 빚어진 민-관 그리고 민-민 갈등의 불씨는 전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이란 비관적 예상을 피치 못하게 한다. 당장 하동군은 사업 규모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 이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가령 산지관리법이나 국유림법 등 중앙이 지원하지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관련 법령과는 별도의 자체 계획을 세워 지역 특화적 개발 프로그램을 세워 강행할 의지를 보인다.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포기할 의사는 전혀 비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반대진영은 줄곧 주창해온 완전 백지화를 주문하고 있어 양쪽 주의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감지케 한다.

결론적으로 기획재정부가 하동군의 건의를 받아들여 무대에 올린 '한걸음 모델'은 병 주고 약 준 꼴이 돼버렸다. 중앙이 관여치 않고 지역 자율에 맡겨두었더라면 어쩌면 소모전 없이 의외로 쉽게 결말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반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랬더라면 지자체 또한 지역 여론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 지금처럼 성급하게 지리산에 산악 관광 열차를 깔겠다는 구상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여론을 다져 백년대계를 도모했을지 알 수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걸음 모델은 자연과 환경을 아끼고 미개발의 효과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을 결속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기재부가 그 모델사업을 무대에 올리기 전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사전 협의했는지 우리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만약에 그런 과정을 거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없을 수 없다. 모르기는 해도 주민들의 갈등과 반목을 상당하게 줄이는 합리적 예방책이 마련되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뒤늦은 약방문은 백약이 무효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로써 지역 민심은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봉합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정책 당사자들의 자기성찰이 요구된다.

이제부터의 관건 역시 전과 똑같이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일이다. 인근에 사는 주민이나 하동군의 견해는 먹거리 창출이다. 지리산 자연절경을 열차 관광지대화함으로써 돈이 잘 돌아가는 지역으로 가꾼다는 취지다. 그 같은 기대심리를 억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환경단체들의 반대 주장과 찬성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치단체는 지지 주민들과 한배를 타는 것을 주저치 않을 것임은 명백하다. 따라서 갈등의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정해진 이치다. 차선책은 없는가. 자치단체가 열린 시각으로 재음미하는 것만이 사태 해결의 첩경일 것이다. 곧바로 선거공약을 관철하려 서둘지 말 것을 권한다. 먹거리 창출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리산 생태 자원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닌, 미래 유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만 있다면 만사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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