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와 5곳 선정
금융·전문가 사업화 밀착 지원
기업인 재기 창구 '역할 톡톡'

실패 기업의 재기를 돕는 경남도의 재도전 창업 지원이 성과를 내고 있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일부 기업은 연매출 1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패자부활전'에서 재기했다.

경남도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2020년 재창업 지원사업'을 진행하며 재창업에 대한 의지, 사업성, 시장성 등을 꼼꼼하게 따져 5개사를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은 사업화 자금 3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한 차례 실패를 맛본 만큼, 지원 내용도 단순 융자 중심의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창조경제센터가 보유한 창업 노하우를 기업에 접목하고자 기술, 마케팅, 회계 등 전문가 멘토링을 진행했고, 시제품 제작을 비롯해 각종 전시회 참가도 지원했다.

올해 사업은 재기 기업인의 '패자 부활' 창구가 됐다. '실패한 기업인'이라는 불명예 딱지를 뗄 수 있도록 북돋우고자 기업들은 보유한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해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학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육성팀 연구원은 "실패를 발판삼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가 널리 확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 '재도전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패자부활전에서 진정한 승자가 된 기업 3곳을 소개한다.

 

▲ 이양운 그린존 대표 /주찬우 기자
▲ 이양운 그린존 대표 /주찬우 기자

■ 김해 그린존

아이디어 담은 철근 연결부품

국외 진출 한 걸음 더 가까이

김해시 주촌에 있는 그린존은 철근 커플러 제작 기업이다. 철근과 철근을 연결하는 부품인 커플러는 주로 건물의 기둥을 세울 때 많이 쓰인다. 그린존이 개발한 커플러는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모든 형태의 철근을 연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베트남 등 국외시장 진출도 타진하는 등 사업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양운(56) 대표는 한 차례 폐업한 경험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산업용 발광다이오드(LED) 제품 특허를 내는 등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관련 표준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중소기업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다 철근 커플러를 알게 됐고,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1월 그린존을 창업했다.

과거 실패 경험을 철저하게 분석한 이 대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코트라, 발명진흥원 등 기업지원기관 등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혹시 모를 실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과거 경험에서 알게 됐다"며 "서두르지 않고 기관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새롭게 직원도 1명 채용했다. 아직 매출은 미미하다. 직원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

그린존은 지원사업을 통해 모든 형상에 적용할 수 있는 철근 커플러를 제작한데 이어 인장과 체결력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진 등에 대비한 내진 성능을 더 높이려는 의지다.

이 대표는 올해 10월 이 아이템으로 발명과 지식재산분야 우수 발명가를 선정하는 제9회 대평남종현발명문화상 대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재창업기업에 최고 지원 대책은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며 "그린존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연구기관과의 협업 등 밀착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윤상원 인그리드 대표 /주찬우 기자
▲ 윤상원 인그리드 대표 /주찬우 기자

■ 창원 인그리드

때 제대로 만난 가상 솔루션

대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참여

윤상원(54) 인그리드 대표는 2000년, 2010년 두 번이나 폐업한 아픈 경험이 있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다 올해 5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재창업했다.

윤 대표는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 또 사업이냐는 주위 시선도 있었지만, 내가 가진 노하우를 마지막으로 살려보자는 생각에 세 번째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그리드는 주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개발·공급한다. 글로벌 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디지털트윈도 인그리드의 주력 제품이다. 디지털트윈은 가상의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실험한 후 그 결과를 예측해 최적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10년 전부터 디지털트윈 개념을 접하고 이를 개발했지만 당시에는 인식 부족 등으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GE,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을 통해 국내에서도 관련 개념이 확산하고 있다.

인그리드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주단공장에 '디지털트윈 기반 컨트롤센터'를 구축 중이고,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에너지 디지털 플랫폼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과 MOU를 맺고 협업하고 있다.

윤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디지털트윈 기술은 대기업과 비교해도 기술력에 손색이 없고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인그리드의 성장은 눈부시다.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창업한 인그리드는 7개월 만에 1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직원도 7명까지 늘었다.

윤 대표는 "지역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값싼 가격에 좋은 스마트팩토리 제품을 공급하는 게 목표"라며 "회사 경영을 위한 자금, 회계, 특허 등 전문적인 멘토링을 해준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홍의석 제이엔이웍스 대표 /제이엔이웍스
▲ 홍의석 제이엔이웍스 대표 /제이엔이웍스

■ 창원 제이엔이웍스

조선·플랜트분야 노하우 접목

사물인터넷 시장서 급속 성장

1996년 조선해양 기자재 제조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던 홍의석(57) 대표는 원자재 파동, 글로벌 금융위기를 버티지 못했다. 2011년 파산선고를 받았고, 2018년 10월 채무를 종결했다.

홍 대표는 폐업 이후에도 꾸준히 재기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1월 산업용 사물인터넷 증강현실(IoT-AR) 융합기술 엔지니어링 솔루션 제공 업체인 제이엔이웍스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IoT-AR 정보제공 플랫폼 솔루션과 AI 인공지능 솔루션 등이 주요 사업영역이다. 한국조선해양과 정부출연기관 등이 주요 거래처다.

STX조선해양 전무를 역임할 만큼 30년간 조선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기술력과 영업력을 보유했던 홍 대표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 속도를 내고 있다.

자본금 2000만 원으로 시작한 제이엔이웍스는 창업 2년 만에 8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연구인력 6명을 비롯해 직원은 10명이나 된다.

창조혁신센터의 리스타트업에 참가해 '클라우드 기반 AR 원격지원 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했다. 작업자가 수많은 도면을 찾아가며 하던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 조선기자재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돕는 아이템이다.

제이엔이웍스는 2019년 중기부 연구개발(R&D)사업 중 IoT-AR 스마트 공장 플랫폼 기술개발을 수행했고, 경남테크노파크의 융합클러스터 2.0 특화산업 강화사업에도 참여했다.

윤희성 기술부장은 "창조센터의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정보도 얻게 됐다"며 "아이템 선정부터 기업 요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해 준 센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이엔이웍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내년 시장 규모가 8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매출 20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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