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료·모든 이웃이 내 행복 좌우
그들이 바로 권능 가진 살아있는 부처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께서 교법을 제정하기 위해 부안에 있는 변산 봉래정사에 머물 때 일이다. 몇몇 제자와 더불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노인 부부가 그 앞을 지나가다가 무거운 보따리를 내려놓고 같이 쉬게 되었다.

"노인장들께서는 어디로 가십니까?" 하는 대종사의 질문에 노인 부부는 근심 어린 얼굴로 "집안에 우환이 있어 실상사 부처님께 불공드리러 간다"고 대답하였다. 실상사는 대종사 일행이 머무는 봉래정사 옆에 있는 절이다. 불공을 드리게 된 사연은 노인 부부의 자부가 성질이 불순하고 불효가 막심하여 효부가 되게 해 달라고 실상사 부처님께 불공드리러 간다는 것이었다.

"절에 있는 부처님은 부처로 알면서도 살아있는 부처님에게는 왜 불공할 줄 모르십니까?" 하는 대종사 말에 노인 부부는 깜짝 놀라며 세상에 살아있는 부처가 어디 계시느냐고 되물었다.

"집에 있는 자부가 살아있는 부처입니다"라는 대종사의 답변에 노인 부부는 더욱 놀라며 그렇게 성질이 불순한 자부가 어떻게 살아있는 부처냐고 반문하였다.

"노인장들께 효도하고 불효하는 것은 실상사 부처님이 아니라 바로 자부입니다." "그것은 자부가 효도할 수도 있고 불효할 수도 있는 권능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그 권능 있는 살아있는 자부 부처님에게 먼저 불공해 봄이 어떠시냐는 대종사의 간곡한 말에 어떻게 불공을 하냐고 노인 부부는 다시 묻는다.

실상사 부처님께 불공할 비용으로 자부 부처님이 좋아하는 물건도 사다주고 오직 실상사 부처님 대하듯 공을 들이면 정성에 따라 반드시 불공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대종사 말씀에 믿음이 생겨 실상사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자부를 실상사 부처님 대하듯 하였더니 정말 몇 달 안에 효부가 되었다고 한다.

감사 인사차 다시 찾은 노인 부부를 보고 옆에 있는 제자들에게 이것이 살아있는 부처님께 직접 불공하는 '실지불공(實地佛供)'이라는 말을 하였다는 이 이야기는 원불교 대종경 교의품 15장에 있는 법문이다.

현재 지구촌 인구 78억 명 중 종교 인구는 84%에 달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남한만 해도 5000만 인구 중 종교 인구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통계되고 있다. 밤하늘에 발갛게 반짝이는 십자가를 볼 때,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이 거리마다 물결을 이루는 모습을 볼 때, 우리 주변에 종교의 신앙자가 참 많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대웅전 안에 모셔져 있는 자비하신 미소를 머금은 부처님만 부처로 알고 이웃이 모두 살아있는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이는 참으로 부처님을 발견한 사람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주변에 남편 부처님, 아내 부처님, 딸 부처님, 아들 부처님, 청소부 부처님, 사장 부처님, 이웃 모두가 나에게 행복을 줄 수도 있고 불행을 줄 수도 있는 권능을 가진 살아있는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 참다운 불공의 우담발화는 이곳에서부터 피어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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