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원작 선정 이목 끌어
3시간 지루하지 않은 연출 빛나
진주·통영·창원서 모두 매진

경남도립예술단 창단은 예술인들이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다. 역대 도지사들도 예술인의 의견을 수렴해 도립예술단 창단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7월 진통 끝에 도립예술단 장르를 '연극'으로 정하고 도립극단 창단 절차를 진행해왔다.

드디어 올해 2월 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에 박장렬 연출가가 위촉되고 지난 10월 9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창단극 <토지Ⅰ>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을 많은 사람이 학수고대했다. 이유인즉슨 올해 창단한 도립극단의 첫 공연이고 통영 출신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연극으로 제작되는 것 역시 처음이기 때문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공연은 쉬는 시간(15분)을 포함해 총 3시간으로 국내 창작극으로서 보기 드문 대작이었다.

알다시피 소설 <토지>는 한국 소설사 최대 문제작이다. 시대적 배경은 구한말부터 1945년 해방의 순간까지, 집필 기간 26년, 등장인물만 해도 600여 명이다. 서사의 방대함과 복잡한 플롯 또한 박경리 선생의 문학정신과 생명사상을 연극으로 담기에는 쉽지 않다.

▲ 경남도립극단 창단극 <토지Ⅰ> 중 달맞이 장면. /경남도립극단
▲ 경남도립극단 창단극 <토지Ⅰ> 중 달맞이 장면. /경남도립극단

도립극단의 <토지Ⅰ>은 소설의 전반부를 이끌던 하동 평사리를 배경으로 한다. 최참판댁 손녀 최서희가 부모를 잃은 뒤 할머니마저 여의고 최참판댁 재산을 가로챈 조준구에 쫓겨 평사리를 떠나는 장면까지다.

창단 공연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예술감독의 작품 선정이 영리했고 관객의 눈을 끄는 무대 연출,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과 노래가 돋보였다. 배우들이 경상도 말을 '구사'하지 않고 '연기'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도립극단은 코로나19로 앞·뒤·좌·우를 한 칸씩 띄우는 좌석 간 거리 두기를 했음에도 10월 9일 진주, 10월 23일 통영, 10월 31일 창원 공연 모두 만석이었다. 특히 창원 공연은 다섯 시간 만에 매진을 기록하며 지역민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도립극단은 내년에 연극 <토지Ⅰ>의 연작인 연극 <토지Ⅱ>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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