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MC 경만, 아버지 작고
장례비 벌려 팔순잔치 진행
슬픔에도 돈 드는 현실 씁쓸

석가모니가 말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나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지만 특히 사랑하는 가족과의 헤어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슴이 저며지는 슬픔이다.

죽음을 우린 예상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예기치 못한 죽음은 우리를 후회로 무릎을 꿇게 하고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라는 미련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그 후회와 미련은 거창한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평범한 일상이다.

후회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우리가 덜 후회하기 위해 어떻게 인생을 살고 어떻게 가족을 대해야 하는지 영화 <잔칫날>은 다시금 되새겨준다.

영화 속 주인공은 무명 사회자(MC) 경만과 그의 여동생 경미다. 남매는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를 간호하던 중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맞이한다. 경만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비용조차 없는 빡빡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장례비용을 마련하고자 동생에겐 "집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둘러대고 상중에 일당 200만 원의 팔순 잔칫집 사회를 보러 삼천포로 향한다.

▲ 영화 <잔칫날> 속 무명 MC 경만(오른쪽). /스틸컷
▲ 영화 <잔칫날> 속 무명 MC 경만(오른쪽). /스틸컷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해야 할 경만은 남편을 잃은 후 웃음도 잃어버린 일식의 팔순 어머니를 위해 웃어야 한다. 어머니 얼굴에 웃음꽃만 피운다면 일당 외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일식의 말에 경만은 필사적으로 행동한다.

간절히 바라는 일은 이상하게 어긋나기 마련이다. 경만은 최선을 다해 할머니를 미소 짓게 했지만 예기치 못하게 할머니가 쓰러졌고 결국엔 숨을 거두게 된다.

영화는 경만이 무사히 돌아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홀로 장례식장을 지키는 경미와의 오해도 푸는 것으로 끝난다.

<잔칫날>의 설정은 다소 극단적이다. 누군가는 가장 울고 싶은 날 가장 환한 웃음을 지어야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생일날 자신의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씁쓸한 건 사람이 살다가 죽는 순간까지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이다.

▲ 영화 <잔칫날> 속 무명 MC 경만(오른쪽). /스틸컷
▲ 영화 <잔칫날> 속 무명 MC 경만(오른쪽). /스틸컷

영화는 꽤 사실적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남매가 마주한 건 우리나라 장례문화다. 국은 뭐로 할 건지, 조화나 생화를 몇 단으로 할 건지, 제단 장식은 어떻게 할 건지 묻는 장례식장 직원, 부조금을 얼마 내면 되지 하며 나누는 경만 친구들의 대화, 아버지가 돈 빌려간 거 까먹지 말고 갚으라고 굳이 장례식장에서 말하는 사촌형, 경미에게 왜 곡소리를 내지 않느냐며 곡소리 내는 법을 가르쳐주는 고모의 대사가 그러하다.

상영시간 108분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흡입력이 돋보이는 건 평범한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우리네 이야기를 담았다는 거다. 영화는 누구나 겪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거울처럼 촘촘하게 보여준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후회할 일이 생긴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된다면 그때 좀 덜 후회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사랑한다"고 표현하며 살아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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