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출간 등 바쁜 나날…교보문고 '색깔 있는 책' 선정도
지난여름에 <통영, 아빠의 바다>란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몸이 불편해져 고향에 내려간 아빠 김무근(73) 씨가 소일 삼아 그린 그림들이 매우 아름다웠던 딸 김재은(42) 씨가 아빠의 이야기를 보태 책으로 엮은 그림 에세이다. 몇몇 동네책방에서 팔고 있던 걸 우연히 발견해 소개를 했었다. 참 따듯한 책이라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일까 문득 근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난 4일 밤 카카오톡으로 서울에 사는 딸 재은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온라인으로도 재은 씨가 참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서후] 오랜만이네요. 출간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이야기해볼까요?
[김재은] 안녕하셨어요!! 먼저 개정판이 나왔어요. 9월 25일로 예정했는데 추석 연휴랑 겹치는 바람에 실제로는 10월 8일에 인쇄소에서 나왔답니다. 초판 만들 때 아버지는 통영에, 저는 서울에 떨어져 있으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만들었고요. 500부 찍으면서 과연 얼마나 팔릴까 걱정했는데요. 따로 언론 홍보나 마케팅 없이 알음알음 알렸는데 거의 2주 만에 판매가 다 되었답니다. 그래서 개정판은 좀 더 자신감이 생겨서 1000부를 찍었고요. 그리고 통영 여행자분들에게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이 될 것 같아서 <통영, 아빠의 바다> 포스터와 엽서, 마그넷 등도 만들어 보고 있답니다.
[이서후] 책이 이제 대형서점에도 들어갔군요. 1인 출판인데 일이 훨씬 늘어난 거 아니에요?
[김재은] 처음엔 네이버에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포장해서 동네 편의점에서 보냈고요. 홍보도 동네책방 채널이랑 제 개인 SNS, 부모님과 가족들의 단톡방 네트워킹을 주로 활용했었답니다. 그런데 초판이 금방 매진되고, 개정판을 준비하는 도중에 <경남도민일보>에서 처음 기사가 나오고,
[이서후] 책 나오고 아버님 반응도 궁금하네요.
[김재은] 아버지가 완성된 책을 처음 보셨을 때 너무 신기하고, 딸이 책을 잘 만드느라 애썼구나 싶고, 부끄럽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이서후] 딸이 보기에 아빠에게 통영 그림이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김재은] 음, 예전에 통영에 돌아오니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포근하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르네요.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고향을 그리는, 본향에 대한 그리움일까요? 당연히 통영을 무지 사랑하시고요. 책이 나온 후에 아버지 그림 반경이 넓어지고 있어서 더 좋아요. 전에는 주로 집 베란다 밖 풍경들 위주로 집 앞 해안 산책로 주변을 그리셨는데요, 요즘엔 통영대교 쪽으로 더 가서 서쪽 노을지는 풍경도 연구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미륵산 케이블카도 그리셨고요. 나중에 또 책으로 엮을 수 있을 만큼 계속 그리시면 좋겠습니다.
[이서후] 우와 <통영, 아빠의 바다> 두 번째 책을 기대해야겠네요.
[김재은] 참, 오늘 전화로 받은 좋은 소식이 있는데요. <통영, 아빠의 바다>가 교보문고에서 선정하는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 있는 책'으로 선정되었답니다. 12월 중순부터 전국 교보문고 매장 해당 코너에서 소개해주신다고 해요. 전화받고 너무 감격해서 거의 울 뻔했어요.
[이서후] 우와, 축하해요!!! 근데 재은 씨 원래 하는 일이 뭐에요? 왜 이렇게 잘하지?
[김재은] 사람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 좋아하는데, 아이 둘 키우며 코로나로 '집콕' 수행 중인 엄마입니다. 아이들이랑 노는 것도 좋아하긴 하는데요, 이제 애들이 점점 안 놀아주네요. 앞으로 저처럼 경력단절 여성들의 자아 찾기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크답니다. 아마 다음 책의 주제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