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창동 ET서 노경호 개인전
5·18 헬기사격 현장 등 형상화

짜증을 내는 듯한 표정의 전두환 씨와 살짝 웃는 표정의 조비오 신부가 헬기와 총탄 자국이 선명한 건물 사이에 배치된 거대한 화폭의 연필화. 5·18 광주 헬기 사격 현장을 묘사한 그림이 벽면 절반을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목줄 없는 사나운 개가 맞은 편에서 케이크를 들고 가는 사람을 위협하는 그림이 자리를 잡았다. 이 그림은 조국 전 장관을 대하던 검찰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민족미술인협회 경남지회 회원인 노경호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이 개최된 마산합포구 창동 갤러리 ET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마주하는 그림들이다.

노 작가의 이번 개인전 제목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다. 갤러리에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 외에 '세 개의 칼'과 아베의 곤혹을 묘사한 대형 그림이 걸려 있다. 모두 시사성이 강한 그림이다.

▲ 노경호 작 '이 개새끼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민족미술인협회 경남지회
▲ 노경호 작 '이 개새끼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민족미술인협회 경남지회

컴퓨터를 활용해 완성한 '세 개의 칼' 연작 그림들은 각각 '충의 칼', '배반의 칼', '비겁의 칼'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충의 칼'은 이순신 장군의 칼을, '배반의 칼'은 친일파의 칼을, '비겁의 칼'은 정치인의 칼을 상징한다.

성춘석 민미협 경남지회장은 노 작가의 그림에 대해 "감상하는 데 1분밖에 걸리지 않을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필소묘로 수백만 번 선을 그어 흰색 화지를 메꾸고, 선을 교차시키는 중노동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는 "작가가 진실이라 여기는 1분짜리 팩트(fact)를 표현하기 위해 팔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감수한 것으로 수백만 개의 가짜 기사에 맞서 진실을 전달할 유일한 방법으로 여긴 듯하다"고 했다.

2일 개막한 전시는 14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10-2379-5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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